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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고산식물 / 조홍섭

등록 2007-03-08 18:3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유레카
예년보다 두어 주일이나 일찍 복수초, 변산바람꽃, 노루귀, 앉은부채 같은 야생화들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지구온난화나 엘니뇨를 떠올렸다. 하지만 36년 만의 ‘경칩 추위’는 겨울이 아직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그렇다면 때이르게 피어난 야생화들은 어떻게 됐을까.

깊은 산 야생화들은 가냘퍼 보인다. 낙엽에 파묻일 듯 작은 키에 몸집보다 큰 꽃망울, 어린아이 솜털같은 잔털이 그렇다. 그러나 이런 모습엔 연약함이 아니라 강인함이 담겨 있다. 땅에 바짝 엎드린 것은 변덕날씨에도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는 지표면 온도에 기대려는 것이고 잎이 두텁거나 털이 난 것은 외투를 입는 셈이다. 그래서 야생화는 봄눈을 뚫고 다시금 꽃을 피운다. 다른 식물들이 움을 틔우기 전 비어 있는 산에서 재빨리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 것이 고산식물의 생존전략이다. 꽃샘추위가 없어진다면, 오히려 이들은 멸종할지 모른다.

약 200만년 전부터 지구는 네번째 대 빙하기에 들어갔다. 빙하기와 간빙기가 되풀이되면서, 식물들은 혹독한 추위와 빙하를 피해 남쪽으로 생육지를 옮겼다 돌아가는 일을 반복했다. 공우석 경희대 교수는 한반도가 빙하기 동안 고산식물들의 1차 피난처였다고 본다. 이들은 약 1만년 전 간빙기 때 기온이 따뜻해지자 대부분 극지로 복귀했지만 일부가 높은 산에 주저앉았다는 것이다.

그런 고산식물이 한반도에 나무 180여종, 풀 187종이나 된다. 시로미나 돌매화나무 등은 북극 툰드라지대부터 가장 남쪽으로는 제주도에까지 두루 분포한다. 키가 작고, 추울 때 털이 난 잎을 말아 냉해를 피하는 시로미에서 빙하시대의 기억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고산식물을 기후변화의 영향을 미리 알리는 지표로 삼기로 했다. 뒤집어 말해, 이들은 지구온난화의 첫 희생자가 될 것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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