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지구촌의 핵 탄두는 2만7천여기에 이른다. 90% 이상은 미국과 러시아의 것이며, 중국·프랑스·영국·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 등이 수십~수백기씩 갖고 있다. 6만기를 넘었던 1980년대에 비하면 많이 줄었으나 여전히 지구를 수십번 초토화할 수 있는 규모다.
핵무기의 질과 운반수단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은 단연 핵초강국이다. 핵무기를 써본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그만큼 잘 알아서인지 핵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얼마 전 외교 전문가 100명을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 25%가 ‘미국 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핵무기·핵물질을 꼽았다. 이라크전(10%)은 물론이고 2위인 부시 행정부 정책(14%)과 알카에다·지하드운동(11%) 등과도 큰 차이가 난다. 여기에는 북한 핵문제도 기여했다.
2002년 미국이 북한 우라늄 핵 계획 의혹을 제기했을 때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연구·개발 차원의 우라늄농축 계획 가능성은 없지 않으나 북한이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은 ‘북한에는 연 1~2개의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건설되고 있으며, 이르면 2005~06년께 가동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2005년 백악관 정보평가위원회 보고서는 “정보당국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아는 게 없다”고 실토했다. 조지프 디트러니 국가안보국 북한담당관도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진전의 정도에 대해서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물러섰다.
안보 전문가들은 흔히 ‘필요한 정보의 98%는 공개돼 있으며, 정보당국의 몫은 나머지 2%’라고 말한다. 그런데 대개 이 2%의 질이 전체 정보의 가치를 결정한다. 미국은 북한 핵 정보에 관한 한 이 2%를 정확한 사실과 치밀한 분석이 아닌 의심과 정치적 의도로 메워온 듯하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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