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흰 꽃잎 떨어진 자리
탯줄을 끊고 난 흉터가
사과에게도 있다
입으로 나무의 꼭지를 물고
숨차게 빠는 동안
반대편 배꼽은 꼭꼭 닫고
몸을 채우던 열매,
가쁜 숨도 빠져나갈 길 없어
붉게 익었던 사과 한 알,
멧새들이 몰려와
부리로 톡톡 두드리다가
사과의 배꼽,
긴 인연의 끈을 물고
포로롱 날아간다
-시집 <모르는 척>(천년의시작)에서
길 상 호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한남대 국문과 졸업.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현대시동인상, 이육사문학상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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