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길 기자
유레카
“우리의 국부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인생에서 피하지 못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고 했다. 죽음과 세금이 그것이다. 그러나 프랭클린도 오늘날 그 둘이 동시에 일어날 것이라고는 예견 못했을 것이다.” 미국 공화당을 40년 만에 의회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1992년 중간선거의 공약인 ‘미국과의 계약’에는 ‘사망세’ 폐지가 들어 있다. 사망세는 ‘죽을 때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이미지를 상속세에 부여함으로써 큰 반향을 일으켰다. 원래 사망세는 중세시대 농노가 죽어 경작토지를 물려줄 때 내는 세금을 말한다.
프랑스혁명으로 폐지된 중세의 대표적 악법을 상속세에 빗댄 이는 공화당 여론조사가이자 광고전문가인 프랭크 룬츠였다. 그는 지구온난화를 ‘기후변화’, 석유시추를 ‘에너지탐사’, 벌목법안을 ‘건강한 삼림법안’ 등으로 바꿔 불러, 사물의 본질을 왜곡한 언어연금사란 비난을 받고 있다. 룬츠는 상속세를 사망세로 부른 것은 모든 사람이 상속세의 대상이 될 것이란 인식을 심기 위해서였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미국의 상속세는 유산이 1만달러 이상이면 부과되나, 장례비 등 각종 공제항목을 고려하면 적어도 100만달러 이상은 돼야 실효가 있다. 미국 사망자의 1~2% 정도만 상속세를 낼 정도의 유산을 남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공화당 정권의 재정적자를 ‘출생세’라고 역공했다. 공화당의 실정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세금을 짊어진다고 비꼰 거다. 공화당의 상속세 폐지 법안은 2006년 여름 결국 상원에서 표결이 좌절됐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 양식 있는 거부들도 반대했다.
요즘 재산세 부과를 놓고 ‘세금폭탄’이라고 보수 언론들이 떠든다. 정확히 말해 일반 서민과 상관없는 종합부동산세다. 대상은 전체 가구의 2%밖에 안 된다. 수억원이 오른 재산가치에 1% 미만의 세금이다. ‘세금폭탄’이라 선동하는 것은 ‘부자들의 쿠데타’ 기도일 뿐이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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