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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객원논설위원칼럼] 책임 감당이 걱정되는 환경부 / 김상종

등록 2007-03-19 17:33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객원논설위원칼럼
환경부가 변명에는 민첩하다. 전국 대규모 정수장 96곳 가운데 82%인 79곳은 미국보다 평균적으로 4배 정도 더 높은 농도의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을 원수로 사용하였지만 정수 처리된 수돗물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환경부가 발표하였다. 그러나 <한겨레>는 조사 내용의 부실함을 근거로 수돗물의 노로바이러스 오염 가능성을 제기하였고 환경부는 이를 부인하는 설명자료를 당일로 발표하는 순발력을 보였다.

환경부는 분기별 한 번의 조사로 수돗물이 바이러스에 안전한지 여부를 판단하였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2∼3주일 동안 배변 때 다량의 바이러스를 배출하게 되므로 집단적인 환자 발생의 경우 그 지역의 물속에는 바이러스 농도가 크게 증가하여 수돗물의 위험성 또한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1년간 네 번의 조사가 365일 수돗물 안전도를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 환경청은 전국적으로 18개월 동안 매달 검사해 바이러스 오염 실태를 정밀히 파악하고 제도를 강화했다. 환경부 보고서도 부실한 조사 횟수로 위해성 평가와 최적처리기준 도출에 문제가 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국내 첫 조사인 만큼 환경부는 제대로 했어야 했다.

환경부 조사에서 우리나라 바이러스성 장염의 89%를 차지하는 로타바이러스와 노로바이러스는 제외되었다. 환경부가 지정한 공정시험법은 이들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문제가 되는 바이러스들의 오염을 확인도 못하고서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바이러스를 검사할 수 있으면서도 비용은 저렴하며 검사시간도 짧은 유전자분석법과 같은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여야 한다. 환경부의 조사보고서도 유전자분석법을 여러 선진국은 이미 적용하고 있다며 노로바이러스를 검사하는 방법의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필자는 이 방법으로 수도권 상수원수가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또한 노로바이러스는 정수장에서 사용하는 염소 농도의 3배에도 견디는 내성이 있어 수돗물에 존재할 위험성이 높다는 점이 관리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수돗물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수원수의 오염은 지하수와 연안 해수도 오염되었다는 의미다. 노로바이러스 감염 경로는 어패류, 샐러드나 딸기류 등 식품이 39%, 감염자 접촉 12%, 물 3%로 알려져 있다. 오염된 물을 마시고 직접 감염된 경우는 적지만 가장 빈번한 원인인 식품도 결국 물이 오염된 결과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을 농업용수나 식품공장에서 쓰면 채소·과일·식품이 오염되고, 바다로 흘러가면 어패류가 오염되고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감염된다. 국무총리 지시로 부처별로 이런 경로에 대한 노로바이러스 오염 여부를 확인 중에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상류에 위치한 상수원수의 높은 바이러스 오염은 연쇄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이미 6년 전에 상수원수의 바이러스오염을 확인한 환경부는 이런 연쇄적인 문제들에는 모르쇠로 일관하여 왔다. 또한 2004년 5월 제주도에서 발생한 268명의 집단감염 사고의 원인이 지하수의 노로바이러스 오염 때문이라는 사실을 질병관리본부와의 공동조사로 직접 확인한 환경부가 3년이 지나도록 지하수 관리를 방치하여 왔다. 변명에는 민첩한 환경부가 범정부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바이러스 오염실태 조사를 통해 농민·어민·기업의 경제적 피해와 국민들의 건강상 피해가 환경부가 방치해온 정책의 결과로 밝혀질 경우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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