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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 마을] 자비 / 이경

등록 2007-03-25 18:02

시인의 마을
잘 썩어 부드러운 흙에 골을 내어

눈이 빨간 무씨를 놓고

재를 지내는 마음으로 흙을 덮는다

까치가 쏘물다고 잔소리를 한다

우리가 가고 나면 내려와 솎아먹을 것이다

씨를 묻고 내려온 뒷날 밤

마침맞게 천둥번개 치고 봄비 내린다

이건 썩 잘 된 일이다


봄비가 씨앗 든 밭을 측은측은 적시는 일만큼

크고 넉넉한 자비를 본 적이 없다

모종을 얻은 밭의 기쁨이나

밭을 얻은 모종의 기쁨이 막상막하라

심어놓고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저만치 물러서야 한다

-시집 <푸른 독>(시학)에서

이 경

경남 산청 출생.

경희대 국문과 문학박사.

1993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에 <소와 뻐꾹새소리와 엄지발가락> <흰소, 고삐를 놓아라>가 있음.

현재 경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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