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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뜻말맛] 서낭 / 김수업

등록 2007-03-26 17:51

말뜻말맛
‘서낭’은 사람한테로 와서 사람과 더불어 지내면서 사람이 도움을 청하면 슬프고 괴로운 삶을 어루만져 기쁘고 즐거운 삶으로 바꾸어주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다. 아직도 온 나라 곳곳에 지난날 삶의 자취가 남은 마을에는 서낭의 자취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 고향에도 여태 당산이 있는데 거기에는 새마을운동이 일어나 베어질 때까지 아름드리 당나무가 한 해 내내 왼새끼를 발목에 두르고 서 있었고, 당나무 곁에는 일제가 마지막 발악을 하며 헐어서 불태우던 날까지 당집이 있었다. 당집은 서낭이 와서 머무는 집이라 ‘서낭당’이 본디 이름이고, 당나무는 서낭이 하늘과 땅으로 오르내리도록 사다리 노릇을 하는 거룩한 나무며, 당산은 서낭당과 당나무를 싸잡아 서낭이 노니는 거룩한 터전이었다.

서낭을 서낭당 바깥으로 모셔 내려면 머무를 자리를 갖춰야 하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서낭대’다. 정월 초나흘부터 보름까지 마을에 지신밟기가 벌어지면 풍물패 맨 앞에는 언제나 서낭이 내린 서낭대가 앞장서서 이끌었다. 초나흘 새벽 그해 당산을 맡은 산주를 앞세운 풍물패가 서낭당에 가서 내림굿을 벌여 서낭을 내려 모신 서낭대를 마을로 데려온다. 그리고 보름날 저녁에 달집을 태우고 마무리 파지굿을 치고 나면 다시 서낭당으로 데려가 서낭은 방안 제단에 모시고 장대만 추녀 밑에 걸어두는 것이었다. 글자에 매달린 사람들은 아직도 이런 서낭을 중국 ‘성황’(城隍)이 들어온 것이라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네 서낭이 중국으로 건너간 것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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