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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 마을] 모란꽃 그늘에서 / 조은길

등록 2007-03-27 17:40

시인의 마을
선덕여왕은 모란꽃 필 때 뭐했나

신라성 발칵 뒤집어놓은

꽃송이 꽃송이 보며 무슨 생각했나

피는 꽃 지는 꽃 촛농처럼 쌓이는 밤

금관 옥관 높은 머리 홀로 풀어놓고 뭐했나

국사를 읽었나 공자 맹자를 읽었나

성문 박차는 범나비를 기다렸나 뭐했나

속벙어리 내 이모는 모란꽃 필 때 뭐했나


냉가슴 발칵 뒤집어놓은

꽃송이 꽃송이 보며 무슨 생각했나

그리워 그리워 눈물 쌓이는 밤

피는 꽃 지는 꽃 손도 못 대어보고 뭐했나

늙은 십장 따라 현해탄을 건넜나

가물가물 돌아올 날짜를 세었나 뭐했나

-시집 <노을이 흐르는 강>(서정시학)에서

조 은 길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199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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