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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1 18:44 수정 : 2005.03.21 18:44

3월, 새학년이 시작되었다. 이제 막 진급한 아이들 맘처럼 설렌다. 마냥 해맑은 3학년 아이들을 보며, 한참을 낮추어 가야할 눈높이가 아직 적응이 안 된다.

얼마 전 무단결석을 한 아이가 있었다. 학기 초인데 학급이 재미 없었나 하는 아찔한 생각이 먼저 든다. 아침에 학교 앞 문방구에서 다른 반 아이와 게임하는 것을 보았다는 아이들 말을 들으니, 두 녀석이 같이 배회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학부모는 아이를 하루 종일 찾아다닌 끝에 저녁 무렵에야 아이를 찾을 수 있었다. 다음날 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의 얼굴이 까칠하다. ‘하루 종일 학교 밖에서 놀아보니 재미 있더냐?’고 물으니, 재미 있었다고 대답한다. 이 말에 아이 어머니는 더 놀라고 걱정스러운 듯하다. 벌써 일탈의 재미를 알아버린 걸까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재미 있었다고 거리낌 없이 맑은 얼굴로 말하는 아이라면, 더 감싸안고 관심을 가지면 되겠다는 다른 교사들 말에 숙제를 맡은 기분이다. 다행스러운 일은 학부모가 그 아이와의 관계를 염려해서, 학원을 안 보내고 있던 중이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안 그런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라고 책임회피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교과만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 또래집단에서, 문화매체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새학기 학급규칙을 세우던 중, ‘욕하지 말자’라는 항에 소위 ‘범생이’가 이런저런 말도 욕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친구들이 많이 사용하고, 영화에서, 텔레비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그 말이 욕이냐고 묻는 아이를 보면서 교사는 혼란을 느꼈다고 한다. 욕을 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고, 수치심과 모멸감의 대상이 되었던 예전에는 ‘욕을 하지 말라’고 지도하면 되었는데, 지금은 무엇이 욕인지, 왜 나쁜지를 먼저 지도해야한다는 것이다. 남자아이나 여자아이나 다를 바 없이 온갖 욕을 써가며 고함치는 아이들을 보면 진저리쳐진다.

새학년, 교육과정을 들여다보며 1년 농사를 계획하는 요즘, 가르쳐야 할 것과 더불어 배우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하지 말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할까? 지지난 겨울, 인기가수들이 온통 몸을 흔들며 백댄서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을 추던 그 겨울에 남자아이 둘이 복도 한복판에서 그 춤을 연상시키는 행동을 했을 때, 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학년말이라 충격은 더 했다. 내가 1년 동안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은 무엇인가? 내가 애써 가르치고 노력한 것은 단지 교과 성취도뿐인가? 우리 아이들이 교실 밖, 학교 밖에서 배우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뼈저리게 실감했었다. 어른들의 상업적 영리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폭력에 공개되고 방치된 아이들을 보면서 어른으로서 부끄럽다.

폭력조직에 연계되고, 영화 속 일들과 닮은 일진회의 일탈행동을 보면서 아찔함을 느낀다. 그 아이들도 우리반 아이들처럼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해맑게 웃는 아이들이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하다. 이제 우리 모두는 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신의경/전남 고흥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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