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21 18:52
수정 : 2005.03.21 18:52
야스쿠니신사 공식참배, 기미가요의 부활, 헌법 9조 개헌 논의의 본격화, 자위대의 역할 확대 등으로 일본에 대한 ‘경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촉발된 ‘새 역사교과서’의 과거사 왜곡 및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제정으로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형성해온 한일 우호협력 관계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새 역사 교과서의 과거사 왜곡 및 독도 영유권에 대한 한국측의 비난을 ‘외교적 내정간섭’으로 치부하면서 오히려 과거 침략의 역사를 시혜론적 관점으로 미화하거나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효적 지배를 일본 영토에 대한 불법적인 점령으로 간주하려는 노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일본 사회의 우경화 및 정치군사대국화 노선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으며 그 밑바닥에는 ‘대외 팽창적 민족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역사 교과서 왜곡 및 독도 영유권 주장은 지난 수차례에 걸친 그것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첫째, 과거에는 일부 보수 우익적 정치인들이 시류영합적인 형태로 ‘과거사 망언 및 독도 분쟁’을 야기했지만, 참담한 전쟁 경험과 절박한 평화에의 희구, 그리고 진보세력의 저항 때문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의 ‘망언’은 탈냉전 이후 평화주의의 형해화, 사회당 및 공산당의 몰락, 그리고 ‘자각적 일본 민족주의’의 부활 속에서 상당수 네오콘들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둘째, 과거에는 군국주의의 부활에 대한 아시아 주변국들의 반발과 냉전이라는 특수한 국제정치적 상황 에서 한-미-일 반공연대의 필요성이 역사적 사실의 왜곡을 제어했지만, 탈냉전 이후 일본의 미국중시 외교와 미-일동맹의 일체화 속에서 미국의 일본 편들기가 일본의 역사적 진실의 총체적 왜곡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이에 상당수 일본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부화뇌동하고 있다.
셋째, 과거에는 역사 왜곡 및 독도 영유권 분쟁을 소극적으로 ‘쟁점화’하려고 했지만, 최근에는 기존의 소극적인 입장에서 탈피하여 ‘과거사 정당화’ 혹은 ‘분쟁 지역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정부는 1990년대 총체적 경기침체로 인한 사회적 해체 및 국민들의 불만을 주변국들과의 ‘갈등’을 통해 은폐하고 ‘강한 일본국가’에 대한 충성과 통합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1990년대 국가개조를 위한 전략방편으로 추진된 정치개혁을 통해 2003년 11월에 실시된 총선거에서 자민·민주 두 보수 정당의 승리와 혁신정당의 몰락, 즉 일본 정치사회의 총보수화로 인해 훨씬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볼 때, 향후 일본은 이전보다 훨씬 더 과거사에 대한 시혜론적 태도와 독도의 영유권 주장을 견지할 것이며 이에 대한 한국정부의 비난을 ‘주권 침해’라며 오만하게 대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일본정부는 한국 및 주변국들의 동향을 고려하면서 과거사 왜곡 및 해양 영유권 분쟁의 속도를 조절하리라 예측되지만, 일본 민족주의의 기치 아래 ‘대일본주의’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한-일관계의 균열뿐만 아니라 동북아 국가간의 과거사 및 해양 영유권 분쟁, 더 나아가 군비경쟁 및 패권경쟁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되어 동북아 안보질서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정부는 일본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한 모든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일본문제를 다룰 전문적인 기관을 설치하여 일본측의 의도에 말려드는 ‘조그마한 실수’도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며, 둘째, 일본의 진보세력 및 양심적인 지식인들과 연대하여 일본의 무책임한 망언이 한-일간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에 초래할 수 있는 ‘긴장 및 갈등’을 일본국민에게 정확히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셋째, 일본과 과거사문제 및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을 안고 있는 중국과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넷째, 미국 및 일부 국가의 ‘일본 편들기’에 대한 강력한 항의를 통해 일본의 과거사 왜곡 및 독도를 분쟁 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책동에 이들 국가들이 동조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이기완/창원대학교 국제관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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