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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새주소 체계, 표기법 통일해야 / 위금숙

등록 2007-04-02 18:01

위금숙/위기관리연구소장
위금숙/위기관리연구소장
기고
우리나라도 100여년 만에 선진국들처럼 길이름과 건물번호로 구성된 새 주소를 법적주소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오는 4월5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입법예고한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간략하게 표기된 새주소 안은 매우 바람직하다. 공동주택 등 건물명과 법정동(洞)은 보완적으로 사용하고 주소의 기본항목에서 삭제되었다. 예를 들면, ‘서울 종로구 청운동 56-45번지 청운현대아파트 302동 201호’는 ‘서울 종로구 청풍길 25, 302-201’로 바뀐다. 주소가 간결하면 수기 작성이나 전화 등을 통한 구두 전달, 컴퓨터 입력 등에서 편리해진다. 특히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건물이름 삭제는 개인의 주거형태를 노출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환영받을 일이며, 대외적 과시로 무리하게 유명브랜드 건물에 입주하려는 폐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주소 표기안에는 몇 가지 보완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공동주택은 단독주택보다 주소가 길어 불편하다. 아파트,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국민이 66% 이상인 만큼 국민의 대다수는 긴 주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새주소는 ‘도로마다 도로명을, 건물마다 건물번호’를 붙인 것이다. 개별 건물마다 번호를 부여하면 단독주택 건물과 공동주택 건물을 달리 취급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경우도 아파트, 상가, 학교 등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은 건물번호만으로 주소가 동일하게 부여되어 있다.

둘째, 건물번호 항목 수가 서로 달라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건물번호는 도로를 일정 간격(20m)으로 나눠 도로기점에서 종점 방향으로 왼쪽엔 홀수를, 오른쪽엔 짝수를 오름차순으로 부여한 것이다. 한 간격 안에 두 채 이상의 건물이 있는 경우, 또는 10개동 미만의 골목길에 있는 건물에는 -1, -2…, 차례으로 부가번호가 추가된다. 문제는 15-1번의 건물주는 15번 건물의 부속 건물처럼 인식될 수 있다는 점과 긴 주소로 말미암아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다양한 주소표기에 따른 혼란이 예상된다. 새주소 표기안에서는 건물번호가 하나(예; 12), 둘(예; 12-5), 셋(예; 12-8, 101)인 주소가 있을 수 있다. 여기에 여러 세대가 주거하는 건물은 ‘호’나 ‘층’이 추가된다. 예를 들어 ‘청풍길 12’번 건물 5호의 주소는 ‘청풍길 12, 5호’로 표기한다.

따라서 전화 등 구두로 주소를 전달할 때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주소표기상 ‘청풍길 12, 5호’는 ‘청풍길 12번 5호’로 읽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청풍길 12의 5번’(표기상 청풍길 12-5)과 잘 구별이 안 된다. 이는 기존 지번주소에서도 있었던 문제다. 일례로 ‘○○동 630번지 연립주택 101호’에 사는 주민은 자장면·피자 등을 주문할 때 ‘○○동 630-101번지’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며, 때로는 630-101번지의 우편물을 받기도 했다. 컴퓨터 입력 때도 오류를 유발할 수 있다. 어떤 항목은 입력하고 어떤 항목은 입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오류가 응급구조나 범죄신고 때 발생한다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치명적인 결과를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새주소는 한 가지 표기로 통일해야 한다. 건물 유형이나 건물 위치와 무관하게 전국적으로 동일한 표기로 되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역사상 주소체계를 바꿀 수 있는 기회란 쉽게 오지 않는다. 정책당국은 그동안 주소의 불편한 점을 개선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위금숙/위기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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