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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뜻말맛] 굿 / 김수업

등록 2007-04-02 18:09

말뜻말맛
글자에 적힌 것만 참된 줄로 알던 역사학에서는 중국 글자를 빌려 써놓은 우리 겨레의 삶이 중국 따라 하기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땅밑에 파묻힌 삶의 자취를 찾고 이름없는 백성의 삶으로 눈길을 돌린 고고학·인류학·민속학이 일어나 살펴보니까 우리 겨레의 삶이 동아시아 문명을 밝히고 이끌어온 횃불이었음이 두루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자랑스런 지난날 우리 겨레 삶의 뿌리에 ‘굿’이 있고, 굿 한가운데 ‘서낭’이 있다.

굿은 사람이 서낭을 모시고 함께 어우러져 서로 주고받는 노릇이다. 사람과 서낭이 한자리에서 만나 뜻을 주고받으며 서로 사랑을 나누는 몸짓이 굿이다. 하느님은 아픔과 서러움에 시달려 울부짖는 사람의 바람을 언제 어디서나 귀담아 들으며 서낭을 보내어 어루만져 주지만 사람은 그런 서낭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지 못한다. 굿은 그런 사람에게 서낭을 보고 들을 수 있게 해준다.

굿의 임자는 하느님이고 서낭이지만 굿을 벌이는 노릇은 하느님이나 서낭이 몸소 하지 않아서 굿을 벌이는 몫을 ‘무당’이 맡는다. 무당은 사람과 서낭을 맺어주는 고리 노릇을 하며 굿을 다스린다. 무당이 서낭을 굿판으로 맞이하고, 사람의 바람을 서낭에게 올려주며, 서낭의 꾸짖음과 어루만짐을 사람에게 내려주고, 서낭과 사람이 서로를 주고받아 어우러지게 하며, 마침내 서낭을 본디 자리로 보내준다. 이런 굿이 지난날 하느님과 서낭을 믿으며 동아시아 문명을 이끌면서 살아온 우리 겨레 삶의 뿌리였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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