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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풀꽃이름] 자리공 / 임소영

등록 2007-04-03 17:29

풀꽃이름
예부터 바라든 바라지 않든 늘 물자 수입·수출은 있었는데, 최근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하나의 낱말로 굳어져 버린 것 같다. 풀꽃이름에도 언제부턴가 ‘미국’이 무슨 앞가지가 되어 나타나는 지경이다. ‘미국나팔꽃/ 미국쑥부쟁이/ 미국미역취/ 미국물푸레/ 미국수국 …’들은 모두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식물이다. ‘미국자리공’은 50년대 이후 들어왔는데, 줄기와 키가 크고 산성 토양에서도 잘 자라 토종 식물이 다 죽은 산이나 들판에서도 위세를 떨친다.

그러나 훨씬 오래 전에 중국에서 들어와 토종이 다 된 ‘자리공’은 한자이름 ‘상륙’(商陸)이라 하여 신장병 약초로 쓰였는데, 고려시대의 향약구급방에서는 ‘者里宮根’라고 표기했고, 이후 한글로도 ‘쟈리공 불휘’로 쓰였다.

예전에 우리나라의 수입처는 ‘당(唐)/ 호(胡)/ 왜(倭)/ 양(洋)’으로 풀꽃이름에 나타났다. ‘당나리/ 당비름/ 당아욱 …’, ‘호콩/ 호파/ 호비수리 …’, ‘왜철쭉/ 왜구실사리/ 왜감자 …’, ‘양다래/ 양미나리/ 양상추 …’들이 있다. 이는 물론 전래된 곳을 말하기도 하지만, 주로 ‘당-/양-’이 우량종이거나 개량종이라면, ‘호-’는 크거나 거친 것, ‘왜-’는 작거나 개량종임을 나타내기도 한다. 같은 중국에서 온 것이라도 선진국 ‘당’과 야만국 ‘호’에 대한 인식 차이가 드러난다. 이제 수입처가 다변화된 속에 ‘미국-’이 여기저기 붙으니, 문물 교류사에 남을 일이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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