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풀꽃이름] 원추리 / 임소영

등록 2007-04-10 17:39

풀꽃이름
산과 들에 흔히 나서 봄나물로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는 ‘원추리’는 한자이름 ‘훤초’(萱草)에서 온 것으로 생각된다. 곧 ‘훤초’에서 편한 발음인 ‘원초’로, 모음조화로 ‘원추’로, 여기에 ‘나리/ 싸리/ 보리 …’들과 같이 ‘리’가 붙어 원추리로 부른 것이 아닐까 한다. 이는 마치 백일홍(百日紅)이 변해서 ‘배롱’으로, 한자말 백채(白寀)의 중국 발음 ‘바이차이’가 ‘배추’로 변한 것과 같이 풀이할 수 있는데, 더 거슬러 오르면 그 반대일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원추리의 순우리말은 ‘넘나물’이다. 입이 넓고 길게 퍼진 것으로 말미암아 ‘넓〉넘’의 과정을 거친 듯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광채(廣菜)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넙치’를 ‘광어’로 부르는 것처럼 쓸데없는 일이다. 이미 16세기 〈훈몽자회〉에서는 훤(萱)은 ‘넘B믈’로 쓴 적이 있건만, 17세기 〈산림경제〉에는 ‘원츄리/ 업B믈’로 나온다.

원추리 꽃은 진한 노란색인데, 산수유나 개나리의 노랑이 그렇듯 강력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아이를 밴 부인이 사내아이 고추 모양을 한 원추리 꽃봉오리를 지니고 다니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어서 ‘의남초’(宜男草)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한 근심을 잊게 하는 꽃이라 하여 ‘망우초’(忘憂草)라 일컫기도 했다.

이처럼 꽃도 보고, 나물로 먹고, 아들도 낳게 해 주고, 걱정도 없애 주니 예전에 장독대와 뒤뜰에 그렇게 심었나 보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