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몸을 풀어서
누에는 아름다운 비단을 짓고
몸을 풀어서
거미는 하늘 벼랑에 그물을 친다.
몸을 풀어서,
몸을 풀어서,
나는 세상에 무얼 남기나.
오늘도 나를 자빠뜨리고 달아난 해는
서해바다 물결치는 수평선 끝에
넋 놓고 붉은 피로 지고 있는데.
-시집 〈꽃나무 아래의 키스〉(천년의시작)에서
이수익
경남 함안 출생.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우울한 샹송〉 〈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 등.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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