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여러 해 전 수학 분야 국제학술지 〈매시매티컬 인텔리전서〉가 ‘가장 아름다운 수학 공식’이 뭔지를 독자들에게 물었다. 놀랍게도 레온하르트 오일러(1707~1783)가 찾아낸 공식이 상위 다섯 가운데 셋이나 차지했다. 1위도 오일러의 것이었다. 이후 물리학 잡지 〈피직스 월드〉가 벌인 ‘가장 아름다운 20개 공식’ 조사에서도 오일러의 것이 둘 포함됐다.
‘수학의 모차르트’로 불리는 그의 이름은 고전 수학 전체에서 아이작 뉴턴 다음으로 많이 나온다. 그는 28살에 한 눈이 멀었고 마지막 17년 동안 완전 장님이었지만 숨질 때까지 연구에 몰두했다. 거의 모든 수학 분야에 걸쳐 800편 이상의 논문을 썼으니 10대 때부터 한 달에 한 편 이상 쓴 셈이다. 지금 사용되는 많은 수학 기호를 정착시킨 이도 오일러다.
그는 모국인 스위스의 지폐에는 물론이고 독일과 러시아의 우표에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두 나라 군주의 초청을 받아 그곳에서 오랫동안 활약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프리드리히 왕의 질녀에게 과학을 가르치려고 쓴 〈독일 왕녀에게 보내는 편지〉는 당시 유럽 전역의 대표적 계몽서가 됐다.
지난 15일은 그가 태어난 지 300돌이 되는 날이었다. ‘오일러의 해’인 올해,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이어진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학회(6월)와 스위스 취리히학회(7월)가 그의 연구성과를 다루고, 우리나라에서도 채동호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가 주관하는 오일러 전문가 워크숍이 곧 열린다.
얼마 전 서울에서 있었던 ‘수학·과학 교육 정책과 국가 경쟁력’ 포럼에서, 김도한 대한수학회장은 “일부 대학에서 신입생을 상대로 중·고교 수학을 다시 가르치는 실정”이라며 우리 수학 교육을 개탄했다. 유럽의 부흥기인 계몽시대에 왜 오일러 같은 순수 수학자가 주요한 위치를 차지했는지 다시 생각해볼 때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