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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브런치 콘서트 / 곽병찬

등록 2007-04-23 18:28

곽병찬 논설위원
곽병찬 논설위원
유레카
2004년 9월 9일 서울 예술의 전당 음악당에선 가격(전석 1만5000원)이나 열리는 시간대(오전 11시)에서 종래의 관행을 완전히 파괴한 ‘11시 콘서트’가 처음 열렸다. 사장의 뜻에 따라 시작하긴 했지만, 기획자들은 500석만 차도 다행일 거라고 생각했다. 한 달 뒤 2회를 치르면서 기획자들의 생각은 180도 달라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32회)까지 모두 매진됐다. 오는 8월까지도 예매가 끝났다. 8만여명의 관객이 서울과 수도권 각처에서 이 콘서트를 보고자 달려왔다. 아침과 점심 사이에 열린다고 하여 브런치 콘서트로도 불리는 이런 연주회는 이제 전국 공연장 17곳으로 확산됐다. 이달엔 서울의 유니버설발레단이 브런치 발레 공연도 선보였다.

‘11시 콘서트’의 파격은 저녁 공연이나 비싼 입장료라는 관행을 깬 데 그치지 않는다. 최고 책임자가 선곡과 연주자 선정은 물론 해설까지 하는 것 역시 또다른 파격이었다. 김용배 사장은 직접 연주를 하거나, 사진 혹은 영상물을 보여주면서 작곡가의 삶과 곡의 뒷면 이야기와 구성에 대해 구수하게 풀어낸다. 곡이 쉬운 것도 아니다. 쉬운 음악으로 대중에 영합하지 않는다는 게 김 사장의 원칙. “오이를 먹이려고 설탕을 발라줘서는 평생 오이를 먹게 할 수 없다.” 그는 수준 높은 곡과, 연주자들을 무대에 올렸다.

11시 콘서트는 시민의 음악적 수준은 높이되, 공연장 문턱은 낮췄다. “예술은 대중화될 수 없지만, 예술의 전당은 대중화돼야 한다.” 김 사장이 예술이론에 밝은 피아니스트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동안 국공립 공연장들은 국민 세금으로 지어지지만, 극소수 가진 사람의 사치품 구실만 해 왔다. 예술의 전당 사장직을 독점하다시피했던 문화부 퇴직 고위관리들도 공연장 대중화나 예술가 지원보다는 실적 쌓기와 과시 행정에 주력했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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