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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땅이름] 난친이 바위 / 허재영

등록 2007-04-25 17:28

땅이름
땅이름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사람들이 사는 지역뿐만 아니라 산이나 강·골짜기·바위 등의 이름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이런 이름 가운데는 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말들이 다수 발견된다. 강원도 홍천군 동면 좌운리의 ‘난친이 바위’도 이런 이름 가운데 하나다. 이 바위는 마을 앞 산에 절벽처럼 서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에 난친이가 산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난친이’가 어떤 새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우리말 사전이나 동물도감에서도 이 새를 찾을 방법은 없다. 왜냐하면 ‘난친이’는 부엉이나 올빼미처럼 큰 새를 뜻하는 말로만 쓰이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난친이는 낮에 활동하지 않고 밤에 활동한다고 믿는다. 그뿐만 아니라 난친이가 날면 마을에 좋은 일이 생긴다는 믿음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막상 난친이가 나는 모습을 보았다는 이는 없다.

그렇다면 ‘난친이’는 어떤 새일까? 사실 이 말은 ‘나친’ 또는 ‘라친’이라는 몽골어에서 온 말이다. <훈몽자회>에는 ‘나친 왈 아골(鴉?)’이라는 풀이가 나타나며, <역어유해>에서도 ‘아골(큰새)’을 ‘나친이’라고 적고 있다. 또한 이기문 교수는 이 단어의 기원을 토이기어 ‘라진’에서 찾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라진’, ‘나친’, ‘난친이’는 모두 ‘큰 새’를 뜻하는 몽골어 기원의 어휘로 고려시대 이후에 들어온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수백 년 전에 생성된 이름이 오늘날까지도 쓰이는 건 땅이름이 강한 생명력을 지닌 까닭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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