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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3 19:35 수정 : 2005.03.23 19:35

2003년에 성균관대학교 서베이리서치센터가 조사한 바,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느끼는 자긍심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역사·경제·문화 등 10개 분야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조사해 봤더니, 스포츠 방면에서 성취한 것에 대한 자부심만 국제 평균을 약간 웃돌았을 뿐, 다른 9개 분야에 대한 자부심은 조사에 참여한 38개국 평균에도 못미쳤다. 국제 평균을 100점으로 할 때 ‘경제적 성취’, ‘역사’, ‘과학적인 성취’ 분야에 대한 우리 국민의 국가 자긍심의 상대 점수는 각각 96.4점, 96.3점, 92.1점으로 그나마 평균에 근접했다. 그러나 ‘예술과 문학’ ‘민주주의의 작동’ ‘군사력’ 분야는 80점대에 머물렀고, ‘세계에서의 정치적 영향력’ ‘사회보장 제도’ ‘사회적 집단들에 대한 공정·평등한 대우’에 대한 자긍심은 턱없이 뒤처져 80점에도 못미쳤다.(2005년 3월15일치 <중앙일보>) 이런 조사 결과는 미국의 한 정보통신 기업(3Com)이 2000년 11월15일부터 12월6일까지 3주에 걸쳐 전세계 251개국 126만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 자긍심 조사 결과와도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도 ‘조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한국 국민은 59%로 149위에 불과했다.(2001년 1월11일치 <국방일보>) 국민 자긍심과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약화되면 나라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국민의 자긍심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한국 국민은 스포츠나 경제 발전, 역사, 과학적 성취, 민주화 측면에서는 그나마 세계 평균에 가까운 국민적 자긍심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회복지나 공정성 측면에서는 매우 낮은 자긍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어떻게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높일까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우리는 친일 역사와 권위주의의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 또 우리 역사 속에서 인류 역사에 이바지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발굴하고 교육해서 역사, 문화,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시급한 것은 국민의 소속감에 직접 영향을 주는 복지와 공정성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20 대 80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국민이 우리 사회에 애정을 가지고 사회를 위해 헌신할 것인가?

사실 우리 사회는 국민들에게 해주는 게 너무 없다. 우리 국민이 누리는 삶의 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에서 최하위다. 우리나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 국민들이 아직까지 꽤 많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랍다. 부실 도시락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던 1월24일 <연합뉴스>는 우리나라의 빈곤 어린이 수는 전체 어린이의 10%에 이르는 약 100만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결식아동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수만 25만명에 이르는 것을 고려할 때 그 숫자는 축소됐으면 됐지 과장된 숫자는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러나 2001년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 정부의 복지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나라 중 꼴찌인 30위였고,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2004년 어린이 1인당 복지비가 겨우 40달러로, 어린이 1인당 복지비가 3961달러인 스웨덴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적은 예산으로 곤궁에 처한 어린이들을 제대로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국민에게 국민적 자긍심을 심어주고 우리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요구할 수 있을까? 독도 문제가 불거지면서 반일 감정이 들끓는 이때 진정한 국민 결속을 이루는 길은 무엇일지를 생각한다.

최현/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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