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시인의 마을] 벚꽃제 / 정영선

등록 2007-04-29 18:21

시인의 마을
벚꽃 숭어리 숭어리를 바람이 훑네

꽃잎들 노변 식탁에 쌀밥처럼 흩어지네

한 숭어리로 모으던 어떤 어머니 줄기 숨 놓자

한 상에서 여린 햇빛을 숟가락질하던 기억 놓네

몇 걸음을 몇 세기처럼 건너

뿔뿔이 흩어져 제 갈 길로 분분하네

꽃그늘 아직 환한 아래 서니

연두 잎들 송곳처럼 꽃 사이 뚫는 것 보이네


어떤 생을 밀어 보내는

하르르 꽃잎들은 조숙한 청춘이었던가

스스로를 애도하는 상복을

저고리부터 속치마, 버선까지 벗어던지는 건가

어머, 어머 하는 팔짱 낀 여자들

따각따각 구두 굽 소리 먼 봄으로 흐르네

한 나무에 꽃 저무네

꽃그늘도 저무네

-시집 <콩에서 콩나물까지의 거리>(랜덤하우스)에서

정 영 선

1949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5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장미라는 이름의 돌멩이를 가지고 있다>가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