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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눈에는 눈 / 이상수

등록 2007-04-30 17:36

이상수 기자
이상수 기자
유레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달포 전 경호원을 몰고 가 아들을 때린 상대한테 보복 폭행을 했다고 한다. 증인들은 그가 아들의 눈을 다치게 한 이의 눈을 집중적으로 쳤다고 전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요약되는 보복형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함무라비 법전에 등장할 만큼 인간의 원초적 감정과 잘 맞아든다. 중국 속담에 “군자가 원수 갚는 데는 10년도 늦지 않다”(君子報仇 十年不晩)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의 기원은 <춘추공양전>까지 거슬러 오른다. <공양전>은 노나라 은공 시해사건을 평하면서 “임금이 시해당했는데 역적을 토벌하지 않으면 신하가 아니며, 원수를 갚지 않으면 아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제왕의 복수철학이 중국 속담에 흔적을 남긴 셈이다.

보복감정은 동서 구별이 없다. 프랑스 사학자 마르크 블로크는 <봉건사회>에서 유럽의 중세는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사적 복수가 판을 치는 가운데 흘러갔다”고 썼다. 이런 ‘복수혈전’은 피로 피를 씻는 어리석음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12세기 인명 보상금 등급 규정 등 보복을 피해갈 수 있는 우회로가 생기면서 더디게 역사 무대에서 사라져 갔다.

보복에 관한 생각은 인문정신의 성장과 함께 진화했다. 노자는 “원수를 덕으로 갚으라”(報怨以德)고 가르쳤고, 공자는 “원수를 덕으로 갚으면 덕은 무엇으로 갚겠는가. 올곧음으로 원수를 갚고 덕으로 덕을 갚는다”(以直報怨 以德報德)고 했다. 보복에 대한 이런 인문정신의 반성 덕분에 중국에는 “군자는 원수 갚는 데 삼 년 걸리지만, 소인배는 눈앞에서 앙갚음한다”(君子報仇三年 小人報仇眼前)는 속담도 생겼다. 왜 군자의 보복은 삼 년이나 걸릴까. 단순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원초적 보복이 아니라, 자기를 돌아보아 ‘덕’으로써 또는 ‘올곧음’으로써 그것을 갚을 것을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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