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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객원논설위원칼럼] 팔당호 누가 ‘똥물’로 만드나 / 김상종

등록 2007-04-30 17:40수정 2007-04-30 17:59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객원논설위원칼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팔당 상수원의 수질개선에 특별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팔당은 환경부 평가대로 ‘세계 유례가 없을 만큼 대규모 인구를 담당하는 상수원수’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2천만 인구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팔당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였지만 수질개선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수원수는 미국보다 병원성 바이러스에 평균 네 배 더 오염돼 있다는 게 환경부 조사 결과다. 바이러스가 많다는 것은 분뇨가 유입된 결과다. 4대강 중에서도 팔당의 바이러스 오염도가 가장 높다는 사실은 분뇨 유입이 가장 많다는 뜻이다. 김문수 지사가 과거 국회의원 시절 “팔당물이 똥물인지도 모르고 공무원들의 권유로 비커로 떠서 그대로 마신 적이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을 만한 일이다.

팔당은 환경부의 진단대로 개발 압력이 높아 강력한 규제가 불가피한 지역이다. 팔당 수질에 영향을 끼치는 지역 관리는 여러 중앙부처와 지자체들에서 하므로 정부 기관 사이에 정교한 정책적 조율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예산은 엄청나게 축내면서도 팔당물은 여전히 ‘똥물’이다.

지난주 발표된 감사원의 정책평가 결과는 팔당 수질이 나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환경부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2023억원을 투입하여 수변구역 토지를 매입하였다. 수변구역은 상수원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하천의 경계로부터 500m에서 1㎞ 이내 지역을 지정하여 오염원이 새로 들어서는 것을 막는 제도로, 환경부는 물 부담금을 이용하여 이땅을 사들이고 그 안의 시설물은 철거하고 있다. 서울시민과 같은 하류지역 주민들이 낸 부담금 중에서 2천억원이 넘는 돈으로 환경부는 땅 150만평을 사들인 반면, 건교부는 그 두 배가 넘는 330만평의 하천부지를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하천점용 허가를 내주었다. 상수원을 보호한다고 중앙정부 한 곳에서는 막대한 세금으로 땅을 사들이고 다른 부처에서는 상수원수에 농약, 비료가 다량 유입되는 허가를 내주는 모순된 정책이 중앙부처 사이에서 벌어진 사실을 감사원이 밝힌 것이다.

한강 수변구역에 2002년부터 2년 동안 주택과 펜션이 급증하여 이 지역 인구 증가율이 전국 평균의 28배나 됐으며, 오·폐수 발생량은 26%나 증가하였다. 이런 인구 증가는 지자체로부터 편법으로 대규모 개발 허가를 받아 낼 수 있기에 가능했다는 해석도 있다. 여주군의 수변구역에서 벌어지는 수십 채의 리조트하우스 개발 사업은 총 개발면적이 1만평이 넘어 사전 환경성 검토 대상이지만 이를 회피하려고 산지전용 허가를 몇 개로 나눠 개별적으로 받아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편법허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에도 이런 문제들이 지적되었지만 여전하다. 여주군 사례처럼 아예 사전 환경성 검토를 회피하고 편법으로 허가를 받은 개발 행위를 환경부는 어떻게 관리하고 처리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지사가 관심이 있다고 하여 산하 지자체의 협조 없이 수질개선이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수도권 2천만명의 상수원 보호가 중앙 정부 부처들 사이 엇박자나 지자체의 편법 허가와 같이 관료들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요인으로 말미암아 실패하고 있다. 팔당 수질개선 사업에 이미 6년 동안 2조8천억원이나 쏟아 부었고, 현재 6조4천억원의 사업이 진행 중이다. 요란하게 정부혁신 프로그램을 펴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나라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조정 기능이 아쉽다.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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