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자국 노동자의 1980년 이후 실질임금 변화를 추적한 대규모 조사 결과를 최근 내놨다. 복지정책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임금이 한 해 전보다 25% 이상 줄어든 노동자의 비율은 83년 20.5%, 93년과 2003년 19.5%로 나타났다. 25% 이상 늘어난 노동자는 83년 29.4%였다가 93년과 2003년엔 23.1%와 21.3%로 떨어졌다. 대체로 노동자 다섯 가운데 한 명은 전년보다 임금이 25% 이상 줄고 다른 한 명은 그만큼 많아지는 상하 대칭형 구조가 지난 한 세대 동안 관철돼온 셈이다. 임금이 50% 이상 줄어든 노동자는 83년 15.5%, 93년 14.1%, 03년 13.6%로 일곱에 한 명꼴이었다. 반면 50% 이상 늘어난 노동자는 각각 24.2%, 17.7%, 15.7%로 여섯에 한 명 정도를 기록했다.
임금액 급변의 주된 이유는 실직과 (재)취업이다. 따라서 고용 유연성이 커질수록 임금액 급변 비율도 높아진다. 이번 조사는 미국의 고용 유연성이 90년대 이후 크게 높아졌을 것이라는 일반적 추측과는 달리 이전부터 높은 수준이었음을 보여준다. 물론 2000년대 이후 실업률이 80년대에 비해 2%포인트 가량 낮아진 만큼 고용 유연성도 함께 커진 것은 분명하다.
높은 고용 유연성은 불평등 심화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미국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80년대 이래 완만하게 하락해왔다. 특히 90년대 중반부터 소득분배 불평등이 더 심해져 이제 대공황 직전인 2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이 됐다. 상위 10%가 갖고 가는 소득이 나머지 90%와 맞먹고 상위 1% 소득이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극빈층 인구는 1970년대 이후 가장 많아졌다. 고용 유연성과 불평등이 함께 커지는 이런 구조는 지금 우리나라 모습이기도 하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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