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한겨레경제연구소장
나라살림가족살림
1998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잘 다니던 학교를 갑자기 그만뒀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엔진 기업을 창업했다. 인터넷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던 시절에, 세계가 알아주는 명문 대학을 뛰쳐나와 확실한 미래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던 세계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구글은 그렇게 탄생했다. 세르게이와 래리는 결국 세계적 백만장자 대열에 섰다.
1948년, 인도 콜카타의 성마리아 학교 교장이던 테레사 수녀는 평생 종사했던 수도회를 뛰쳐나온다. 수도복을 벗고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여성들이 입는 흰 사리를 입은 채였다. 석 달 동안의 간호학 과정을 마친 뒤, 그는 콜카타의 빈민가를 찾아가 무작정 사람들을 돌보기 시작한다. 명예롭게 적당한 선행을 베풀면서도 평안히 지낼 수 있던 선교학교의 매력도, 아무도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 극빈층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두려움도 그를 막지 못했다. 곧 죽어갈 사람들만 받는 ‘임종자의 집’, 고아들을 위한 집, 한센병 환자 자립센터를 열면서 점점 더 밑바닥으로만 향했다. 마더 테레사는 그렇게 탄생했다. 테레사 수녀는 결국 노벨 평화상을 받고 성녀라는 호칭을 얻었다.
그런 마더 테레사의 가치를 지키면서 동시에 구글 같은 기업을 세우겠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사회적 벤처기업’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돈도 벌겠다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열린 ‘세계 사회적 벤처 경연대회’를 참관하던 중에 지켜본 이들이었다.
한국 대학생 넷이 모여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액트’(ACT)팀은 기업으로부터 폐가전을 받아서 가난한 미술가들이 작품을 만드는 재료로 쓰도록 해준 다음, 그 작품을 함께 판매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경영, 정치외교, 디자인 등을 전공한 그 네 사람은 폐가전 재활용의 환경적 의미가 무엇인지, 가난한 미술가들을 돕는 일의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사업으로 자신들이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토론했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그 대회에 참가한 세계 각지의 젊은이들은 모두 구글과 마더 테레사의 만남을 꿈꾸고 있었다. 의사 처방전을 그림으로 바꾸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문자 해독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겠다는 사람들, 전기가 없는 인도 농촌에 값싼 램프를 보급해서 빛을 공급하겠다는 사람들, 공립학교 급식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사람들 …. 모두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동시에 이익도 챙기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사람은 두 종류의 꿈을 꾼다. 하나는 구글의 꿈이다. 열정을 바쳐 일한 뒤 충분한 대가를 받아 부자가 되고자 하는 꿈이다. 다른 하나는 마더 테레사의 꿈이다. 이웃에 도움이 되는 올바른 삶을 살고 그 삶을 인정받자 하는 꿈이다. 둘 중 하나를 이루면, 나머지 하나는 놓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두 가지 꿈을 동시에 이루는 기업을 만들어 보겠다며 인생을 걸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구글이 마더 테레사처럼 고결한 가치를 지니고, 마더 테레사가 구글처럼 빠르고 효율적이라면. 꿈꿔볼 만한 직장 아닌가. 마더 테레사처럼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나라살림에 기여하고, 구글처럼 돈을 벌어들여 가족살림에까지 기여하는 기업이 있다면. 꿈과 실험이 사라져가는 시대,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다. ‘사회적 벤처기업가’들을 응원한다.
이원재/한겨레경제연구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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