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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북녘말] 넋살탕 / 김태훈

등록 2007-05-20 18:01

북녘말
‘넋이 나갈 정도의 호된 골탕’을 ‘넋살탕’이라 한다. 넋살탕이라는 말은 ‘넋살’과 골탕의 ‘탕’이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넋살탕은 ‘먹다’와 함께 관용구 ‘넋살탕을 먹다’로 쓰인다. ‘넋살탕을 먹다’는 ‘넋살을 먹다’, ‘넋을 먹다’로 써도 비슷한 뜻이 된다. 모두 ‘호되게 당하여 겁을 먹다’의 뜻이다.

“맹사격에 행군의 일선에 섰던 적 토벌대들이 넋살탕을 먹고있었다.”(조선말대사전)

“우리의 명중사격에 넋살을 먹은 적들은 (…) 내빼기 시작하였다.”(조선말대사전)

넋은 정신적인 것이므로 보통 ‘나가다’와 같이 안에서 밖으로의 이동을 뜻하는 동사와 함께 쓰인다. 그런데 ‘먹다’는 밖에서 안으로의 이동을 뜻하므로 정신이 위축되는 것, 곧 ‘겁을 먹다’의 뜻이 되었다. ‘넋’을 ‘놓다, 뽑다, 잃다, 나가다, 빠지다’와 함께 쓰면 ‘정신이 나가다’의 뜻이 되고, 넋살을 ‘내다’와 함께 쓰면 ‘몹시 혼나게 하다’, 넋살을 ‘나다, 떨어지다’와 함께 쓰면 ‘몹시 혼나다’의 뜻이 된다. 여기서 ‘혼나다’는 ‘넋이 나갈 만큼 놀란 상황이다’, ‘넋이 나갈 만큼 시련을 당하다’는 뜻이다. ‘혼나다’는 ‘혼이 나간다’, ‘넋이 나간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혼나다’는 넋살과 관련 없이 ‘꾸지람을 듣다’의 뜻으로도 쓰이는데, 그 연유는 그런 상황이 되면 결과적으로 ‘넋이 나가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넋살은 〈조선말대사전〉에서 ‘넋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이했고,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넋의 잘못’으로 풀이했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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