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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정조와 부모은중경 / 곽병찬

등록 2007-05-21 17:57

곽병찬 논설위원
곽병찬 논설위원
유레카
개혁 군주 정조는 즉위 초 왕실의 원당 사찰 건립을 금지하고, 승려의 도성 출입을 금지하는 등 억불정책을 폈다. 그런 그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경기도 양주 배봉산에서 화성의 화산(융릉)으로 옮기면서 불심을 내기 시작해, 이듬해 아버지의 명복을 빌고자 능침원찰 용주사를 140칸 규모로 지었다. 정조를 이렇게 변화시킨 것으로 꼽히는 게 ‘불설대보 부모은중경’이다. 승려 보경에게서 받아 읽고는 크게 회심하여, 자신의 명령까지 어겨가며 능사를 건립했다고 한다. 또 한문 언문 그림으로 제작한 부모은중경 목판본을 시주해, 백성의 효심을 일깨우는 거울로 삼도록 했다.

부모은중경은 여러 경전 가운데 ‘인간 붓다’의 모습을 가장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대중과 함께 길을 가던 붓다는 한 무더기 뼈를 보고는 몸을 던져 절을 했다. 의아해하는 제자들에게 붓다는 “내 전생의 할아버지이거나 부모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 뼈를 남녀의 것으로 나누라고 일렀다. 제자들이 더욱 황당해하자 “남자는 특별한 고생을 하지 않았기에 뼈가 희고 무겁겠지만, 여자라면 너희를 낳느라 서 말 서 되의 피를 흘리고, 너희를 키우느라 여덟 섬 너 말의 흰젖을 먹였을 것이니 뼈가 검고 가벼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제야 제자들은 붓다의 뜻을 깨달았고, 붓다는 어머니 은혜 10가지를 게송으로 읊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어떤 사람이 왼쪽 어깨에 아비를 업고, 오른쪽 어깨에 어미를 업고 수미산을 백천번 돌고 돌아 살이 닳아 뼈가 드러나고, 골수가 드러나더라도 부모의 깊은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

어제는 성년의 날이자 부부의 날. 자립하여 일가를 이룬 이들이라면 부모은중경을 한번쯤 참구할 일이다. 여러 판본이 있는데, 용주사 판본을 바탕 삼은 것으로는 곽영권(서울시립대 교수) 그림의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가 있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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