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수/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객원논설위원칼럼
공공기관의 몇몇 감사들이 한가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오고, 일부 임원들의 연봉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등 공공기관 운영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예의 공공기관의 ‘무주공산’이 문제가 되고, 낙하산 인사와 방만한 운영,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따른 공공성 훼손 등이 지적되고 있다. 공공기관 정말 안녕하신가?
사실 정부로서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올 4월부터 발효됨에 따라 앞으로 580곳이 넘는 공공 성격 기관의 장 등 임원 임면과 운영의 합리화, 투명성 제고를 더욱 강도높게 추진할 것이라는 변을 내놓을 수 있다. 이 법을 보면, 모든 공공기관은 그 특성에 맞춰 공기업, 준정부기관 및 기타공공기관 등으로 삼분된다. 현재 공공기관으로 명백히 지정된 기관은 298곳이고, 기획예산처는 위의 분류에 따라 각기 24, 77, 197곳씩 선정해 놓았다.
사실 이 기관들은 정부보다 더욱 국민생활에 끼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이 크다. 수십만명에 이르는 기관의 준공무원들은 대부분 공공서비스를 직접 생산하거나 대신 전달하기 때문에 국민에게는 정부, 공무원과 특별히 구분되지 않는다. 정부로서는 자신들의 정책을 실현해주는 절실한 수단이란 점에서 각별하다. 그리하여 퇴직하는 관료를 앉혀야 한다고 강변이라도 하듯이 비난을 무릅쓰고(?)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다.
공공기관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시장의 견제와 파산 위험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공공서비스가 민간부문에 의해 생산될 때 과소 생산 또는 과소 소비가 이루어지게 돼 적정한 양과 질의 서비스를 담보할 수 없기에 공공기관의 존재 정당성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문제의 근원은 이들 기관의 설치부터 운영·폐지에 이르기까지 주무부처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점과 평가시스템의 부정합성에 있다. 따라서 책임경영제 강화와 엄정한 평가가 중요하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현재의 평가시스템은 문제가 있다. 우선 평가를 위한 기관의 분류에서 시장성이 주된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이 기준으로 정책 목적과 기능상 유사성·중복성을 따져 기관과 그들 사업의 존폐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통계청의 분야별 분류와 한국산업표준분류에 기초하여 기관들의 유사성을 재분류할 필요가 있다. 이를 따르면 기관 수 비중이 분야별로 경제 60%, 사회 22%, 문화 13%, 정무 4%로 분포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다음으로는 공공성 분야에서 평가 의지가 적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의 평가를 경영효율성에 과도하게 맞추고 있다. 기관의 사업자체에 대한 평가 가중치가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목표부여 방식으로 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경영의 효과성과 계량적 지표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 심지어 사업 자체의 공공성보다는 자원봉사활동, 기부활동, 이공계 졸업자 고용비율 등이 들어가 있거나 효율성 지표가 상당 정도 포함되고 있다. 계량화할 수 없는 사회서비스 분야는 공공성의 의미가 저평가되기 일쑤다.
정부는 이제 개발 정부에서 서비스 정부로, 행정 서비스에서 사회 서비스로 이행함을 선언하였다. 이에 맞추어 경제분야의 공공기관 중 소임이 다한 곳을 폐지 또는 축소하고 새로운 사회정책 분야를 담당할 공공기관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 사회재정 투여 효과성 평가, 지자체의 복지수준 평가·기획, 사회서비스 인력의 표준설정·전문성 개발, 사회정책의 총괄연구 등등 …. 이들을 위해 공공기관을 늘려야 할진대 공공기관의 효율성만큼이나 공공성을 따지는 일은 더욱 신성한 일이 되어간다.
이태수/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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