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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남북 정상회담, 주저할 이유 없다 / 김지석

등록 2007-05-28 18:19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아침햇발
2·13 합의 이행이 늦어지면서 대북 강경론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에선 정부내 협상파가 위축되고 네오콘들은 2·13 합의 폐기까지 주장한다. 일본 정부는 대북 협박성 발언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 정부 또한 미국 눈치를 보며 대북 쌀 지원을 미뤘다. 때아닌 대북 압박 공조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이런 움직임은 2·13 합의 이행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역효과를 낳기가 쉽다.

방코델타아시아(비디에이) 북한 돈 문제가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데는 미국의 책임이 더 크다. 미국 정부가 금융제재의 일환으로 북한 돈을 동결한 것이 비디에이 문제의 본질이다. 따라서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문제 해결도 어렵지 않다. 사태가 늘어지는 이유는 미국이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정부 안에서 입장 정리가 끝나지 않은 데 있다.

이런 상황은 소모적이고 위험하다. 당사국들 사이의 불신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꼭 필요한 다른 논의까지 실종시키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남북 정상회담이다. 비디에이 문제가 풀려 2·13 합의 초기단계 조처가 이행되면 바로 6자 외무장관 회담과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문제가 현안으로 다가온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데 여유가 많지 않은 것이다. 회담 준비 시간과 연말 대통령 선거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남북 정상회담은 당위성과 긴박성을 갖는다. 첫째는 남북관계 선도론이다. 지금 북한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6자 회담 진전에 남북 관계를 맞출 게 아니라 남북 관계가 6자 회담을 선도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구조를 현실화하는 최선의 방법이 남북 최고 책임자 사이의 만남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말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라도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북한과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합의한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의 법적 당사자로서 북한 핵 개발을 문제삼을 수 있다.

둘째는 적극적 평화관리론이다. 핵 문제가 잘 풀리지 않거나 돌발 사태가 생길 때마다 한반도 주변의 긴장이 높아지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만약 2000년 이후 매년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면 이런 걱정 자체가 기우일 것이다. 매년 한 차례 이상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듯이 남북 정상회담도 정례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노무현 대통령 재임 중에 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한반도와 관련된 문제는 남북이 주도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원칙이다. 우선 남북간 경제 교류·협력을 진전시켜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은 남북한만이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달 중순 있었던 남북 열차 시험운행을 한반도 종단열차 구상으로 발전시키려면 정상회담이 필수적이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남북이 주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변국들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비극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핵 문제를 풀어가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추진하는 데서 주변국의 결정에 따라가지 말고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새우 의식을 버리고 돌고래 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말이다.

북한 또한 남북 정상회담을 마다지 않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도 정부가 정상회담에 소극적이거나 머뭇거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상회담은 역사의 진로를 바꾸는 힘을 갖는다. 노 대통령은 훗날 ‘한반도가 새 길을 찾던 2007년에 당신은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했는가’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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