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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원숭이 세포주 / 정남기

등록 2007-05-30 17:45

정남기 논설위원
정남기 논설위원
유레카
1970년대 초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 존 롱이란 연구원이 있었다. 그는 림프절암의 일종인 호지킨병의 종양 세포를 배양해 세포주 네 개를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 논문을 발표한 뒤 큰 명성을 얻고 출세 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롱은 1980년 배양 세포의 면역체계 실험 과정에서 데이터를 조작하다가 발각됐다. 조사가 진행되자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애초 수립한 세포주는 사람이 아닌 원숭이의 세포였다. 동물의 세포를 가지고 10년 동안이나 의학계의 권위자로 명성을 날린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뉴욕 슬로언케터링 암연구소의 윌리엄 서머린은 사람 피부를 시험관에서 배양해 거부반응 없이 이식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 증거로 인간의 각막을 이식한 토끼를 선보였다. 그는 하룻밤 사이에 유명 인사가 됐다. 그러나 아무도 그 연구를 검증하거나 재연할 수 없었다. 그는 얼마 뒤 생쥐에 색칠을 해 피부 이식을 했다고 주장했다가 들통이 났다.

윌리엄 브로드 등이 지은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은 수많은 과학 연구의 조작 사례를 생생하게 전한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사건은 충격적이었지만 미국에선 훨씬 심한 사례가 많다. 하나의 시료를 여럿으로 나누거나 실패한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은 다반사고, 처음부터 데이터를 짜맞추기도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항상 원데이터를 기록한 실험노트를 잃어 버린다는 사실이다.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그 다음부터다. 미국에선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고 당사자는 바로 연구실을 떠난다. 황우석 사단의 핵심인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최근 복제늑대 진위로 다시 홍역을 치렀다. 이번에는 서울대 수의대가 줄기세포 파문의 핵심 당사자 중 한 명인 강성근 교수를 재임용하기로 해 논란을 빚고 있다. 과거의 잘못을 교훈으로 삼지 못하는 과학계의 현실이 안타깝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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