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예절
‘나’란 자기를 가리키는 말로서, 어느 언어에서나 갖췄을 만큼 바탕되는 말이다. 우리말엔 자기를 낮춰 일컫는 ‘저’가 하나 더 있고, 여기에 토씨 ‘가’가 붙으면 ‘내·제’가 된다. ‘나·저’의 겹자리(복수)가 ‘우리·저희’다.
이 ‘나’와 걸리는 말이 숱하다. 성과 이름이 있다. 집안에서는 이름만 부르지만 밖에 나가면 성·이름을 함께 쓴다. ‘나’는 집안에서 손자·손녀·증손도 되며, 아들·딸이자 조카·언니·형·누나·누이·동생에 맏이·막내도 될 수 있다. 집안 크기 따라 그 가짓수는 넘나든다. ‘나’는 어른·큰어른으로 바뀌면서 지칭·호칭이 바뀌고, 덩달아 가족을 일컫고 부르는 말도 달라진다. 우선, ‘나’를 한 집안의 손자·손녀 자리에 두고 보자.
“할아버지·할머니·아버지·어머니·아저씨·아주머니·누나·동생·언니 …” 들은 가족의 기본 단위여서 동서양 두루 익은 말이다. 이 말들은 부르는 말이기도 하고 관계를 나타내는 걸림말이기도 하다. 걸림말은 자신과 남이 두루 일컫는 말이지만, 이 밖의 걸림말들은 거의 부르는 말로 쓰이지 않는다.
예컨대 ‘종조·從祖/재종조·再-/삼종조·三-’(할아버지), ‘종조모·재종조모·삼종조모’( 할머니·할매), ‘종숙·재종숙·삼종숙’(아저씨·아재), ‘종숙모·재종숙모·삼종숙모’(아주머니·아지매), ‘형제·종형·종제’(형님· 아우)들은 부름말로는 쓰지 않는다. 부를 때는 괄호 안 말에다 주로 사는데나 택호를 앞세워 부른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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