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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살이] 새끼 / 우재욱

등록 2007-06-18 17:29

말살이
욕이란 형식에서는 망측하고, 내용으로는 악감정을 담고 있다. 망측하기만 하면 상소리고, 악감정만 담았으면 저주·경멸·조롱이 된다. 저주라 해도 그 표현 형태가 단정해서는 욕이 될 수 없고, 상소리를 늘어놔도 정이 담겼으면 엄격한 의미에서 욕이 아니다.

어른 사이에 친구끼리 주고받는 말을 들어보면, 욕을 즐긴다는 걸 알 수 있다. 욕을 통해 친근감을 느끼고, 욕에다 정을 싣고, 욕에 실려 오는 정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말은 욕이라는 형식에 담긴 상소리 객담이다. 그러나 이런 유쾌한 객담도 대상과 공간이 제한된다. 상대가 친구여서 그런 것이고 허물없는 자리여서 그럴 수 있다.

악감정을 담은 ‘새끼’라는 말이 있다. 욕으로 쓰이는 말이다. 가까운 친구끼리 만나 흉허물 없이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것은 악감정이 없기에 형식적인 욕일 뿐이지만, 거기에 악감정이 더해지면 심한 욕이 된다. 우리 고유한 욕으로서의 호칭은 ‘새끼’가 아니라 ‘자식’이었다. “이 자식아!, 이 나쁜 자식아!”라고 했다. ‘새끼’는 동물에다 쓰는 말이었다. 한자로도 다르다. 자식은 ‘子’, 새끼는 ‘仔’다. 돼지새끼를 한자로 쓰면 ‘仔豚’이지 ‘子豚’이 아니다.

할머니들이 손자를 ‘아이고, 내 새끼’라고 하는 것은 정을 듬뿍 담아서 하는 말이다. 심지어는 ‘내 강아지’라고도 한다. 따라서 흉허물 없는 친구끼리 또는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새끼’라고 부르는 것은 ‘욕’이라는 그릇에 ‘정’이라는 내용을 담은 말이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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