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스무 살의 척추는 만날 위태로웠다
육신의 그림자처럼 비좁은 그 방은
어지러운 마음을 누이면
기쁨이라 할 만한 것을 들일 데가 없었다
한쪽에는 불온한 책들이 들락거리는 서가와
영인본 잡지를 쌓아 만든 작은 탁자가 있었고
한쪽에는 옷걸이 삼아 박아놓은 대못들과
배고픈 가수의 사진을 명화인 양 붙여두었고
또 한쪽에는 손수건만한 창문뿐이었으나 더할 세간이라고 해봐야 스무 살의 체적과 삐걱거리는 몇 개의 서랍들뿐이었으나 열망이 사라진 척추를 곧게 뻗을 수가 없었다 그 방을 기웃거리는 불임의 계절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에 문외한이었고 완고한 그늘은 종일 그 방을 떠나지 않았다 -시집 <근황>(서정시학)에서 조 항 록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1992년 <문학정신> 신인상에 당선되었다. 시집 <지나가나 슬픔>, 산문집 <멜로드라마를 보다> 등이 있다.
또 한쪽에는 손수건만한 창문뿐이었으나 더할 세간이라고 해봐야 스무 살의 체적과 삐걱거리는 몇 개의 서랍들뿐이었으나 열망이 사라진 척추를 곧게 뻗을 수가 없었다 그 방을 기웃거리는 불임의 계절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에 문외한이었고 완고한 그늘은 종일 그 방을 떠나지 않았다 -시집 <근황>(서정시학)에서 조 항 록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1992년 <문학정신> 신인상에 당선되었다. 시집 <지나가나 슬픔>, 산문집 <멜로드라마를 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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