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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 마을] 그방 / 조항록

등록 2007-06-19 17:35

시인의 마을
스무 살의 척추는 만날 위태로웠다

육신의 그림자처럼 비좁은 그 방은

어지러운 마음을 누이면

기쁨이라 할 만한 것을 들일 데가 없었다

한쪽에는 불온한 책들이 들락거리는 서가와

영인본 잡지를 쌓아 만든 작은 탁자가 있었고

한쪽에는 옷걸이 삼아 박아놓은 대못들과

배고픈 가수의 사진을 명화인 양 붙여두었고


또 한쪽에는 손수건만한 창문뿐이었으나

더할 세간이라고 해봐야 스무 살의 체적과

삐걱거리는 몇 개의 서랍들뿐이었으나

열망이 사라진 척추를 곧게 뻗을 수가 없었다

그 방을 기웃거리는 불임의 계절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에 문외한이었고

완고한 그늘은 종일 그 방을 떠나지 않았다

-시집 <근황>(서정시학)에서

조 항 록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1992년 <문학정신> 신인상에 당선되었다.

시집 <지나가나 슬픔>, 산문집 <멜로드라마를 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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