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말살이]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우재욱

등록 2007-06-25 17:47

말살이
요즘 방송 진행자들이 습관적으로 ‘-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쓰고 있다. ‘-도록’은 동사나 형용사의 줄기에 붙어서 동작이나 상태가 어디에 이르러 미침을 뜻하는 연결어미다. 애국가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은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는 상태에 미침을 뜻한다. 때로는 의식적으로 끌어가는 방향·목표를 나타내기도 한다.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해라”와 같이 쓰는 경우다.

그렇다면 방송 진행자들이 습관적으로 쓰는 ‘전화를 걸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따위의 말투는 대체 어떤 뜻으로 썼는지 알 수가 없다. 공연히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말 속에 집어넣어서 의미도 불분명하고 간결성도 떨어지게 하고 있다.

‘-도록 하다’는 상대방이나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하게 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따라서 자기가 스스로 하는 행위에 이런 표현을 쓰면 어법에 어긋난 말이 된다. 그냥 “전화를 걸어 보겠습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보겠습니다”라고 하면 전혀 모자람이 없는 깔끔한 표현이 되는데, 공연히 ‘-도록 하다’라는 말이 들어가는 바람에 문법적으로 이상하고, 느낌이 너저분하고, 의미가 모호한 표현이 되고 만다.

방송 진행자의 말투는 삽시간에 전체 언어 대중으로 확산된다. 그것이 정보화 시대를 끌어가는 대중 매체의 가공할 위력이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