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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 마을] 쇠 난간에서는 비린내가 난다 / 이원

등록 2007-07-01 17:52

시인의 마을
쇠 난간 끝에서 새 한 마리가 중심을 잡는다 그 옆에 화초의 동그랗고 빨간 열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빛들도 여물고 있다 여무는 것들에게는 씨가 생긴다 중심이 들어선다 새는 눈에 씨를 심어놓고 있다 두 다리 위에 떠 있는 새의 눈에 확확 달궈진 햇빛이 박힌다 난간의 중력을 빨아들이고 있는 새는 온몸이 검다 흘러내리는 살은 난간에 거꾸로 매달린 그림자에 달라붙는다 햇빛에 숨구멍을 모조리 틀어막힌 화초가 사방에 비린내를 풍긴다 공기들이 몰려들어 단물을 핥는다 하늘을 벗을 사이도 없이 구름들은 몸 안 가득 물고 있던 칼날들을 뭉텅뭉텅 떨어뜨린다 남은 살을 추켜올리며 새는 난간 밖의 허공으로 들어간다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문학과지성사)에서

이 원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동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가 있다.


현대시학작품상, 현대시작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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