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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살이] 저 같은 경우는? / 우재욱

등록 2007-07-02 17:48

말살이
흔히 쓰이는 이상한 말투 가운데 ‘~ 같은 경우는’이란 익은말이 있다. 이 말투는 삽시간에 널리 퍼져 일반 대중의 말뿐만 아니라 방송 진행자들의 말까지 흐려놓고 있다. 연예인들이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전문 방송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말투가 일반화돼 있다.

라디오를 듣거나 텔레비전을 볼 때, 조금만 눈귀를 기울이면 이런 말투를 거의 습관적으로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부도가 난 어느 회사의 재무 상태를 이야기하면서 ‘부채 같은 경우는’, ‘자본금 같은 경우는’ 하면서 말을 이어나간다. 그냥 ‘부채는’, ‘자본금은’ 하면 잘 간추려진 말인데, 공연히 군더더기를 붙여 뒤틀어 놓고 있다.

외제 상품 구매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의 방송에서는 잘 팔리는 외제 상품을 들추면서 ‘담배 같은 경우는’, ‘자동차 같은 경우는’ 한다. 담배나 자동차가 특히 많이 팔려서 다른 외제 상품과 차별화하고자 그런 표현을 썼다면 몰라도, 단순히 여러 가지 외제 상품을 나열하면서 이런 표현을 쓴다. 여기서도 그냥 ‘담배는’, ‘자동차는’ 하면 될 일이다.

우리말에 이런 쓰임새의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정 상황을 공유하는 집단을 뭉뚱그려 이를 때 이런 말을 쓴다. “세상 사람들이 다 그 도둑을 욕하더라도, 굶기를 밥 먹듯 해 온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럴 수 없습니다”라고 했을 때의 ‘저 같은 경우’는 ‘저’ 말고도 저와 같은 상황을 겪어 온 여러 사람을 뭉뚱그려 이른 것이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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