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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 마을] 항아리 속의 풍경 / 김경인

등록 2007-07-08 18:25

시인의 마을
달빛 나린 날부터 물 고이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내 몸 어디에 물이 고이고 있는 걸까요 실핏줄 사이사이 물길이 열린 건가요 나는 잘 빚은 항아리 되어 날마다 부풀어 올라요 얼굴도 본 적 없는 외할머니가 아침마다 떠놓았다던 그 물 한 동이, 캄캄한 심장을 환하게 씻어주네요 홀로 물무늬 그리며 둥글게 부풀어가는 항아리, 누가 그 속에 물고기를 풀어놓은 걸까요 이제 막 눈을 뜬 물고기 한 마리, 아침마다 지느러미 흔들며 솟구쳐 오르네요 지느러미 닿은 자리마다 번지는 물내음 내 텅 빈 잠을 깨우네요 달빛으로 빚어진 항아리 속, 가만 두 손 담그면 안겨올 거예요 언젠가 내가 살다 나온 여자의 항아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처럼 항아리 안에서 자라 또 하나의 항아리를 품게 될 투명하고 조그마한 물고기가

-시집 <한밤의 퀼트>(랜덤하우스)에서

김 경 인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가톨릭대학교 국문과와 한양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2001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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