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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살이] 과메기 / 우재욱

등록 2007-07-09 18:13

말살이
경북 남부 해안지방에서는 겨울철 별미로 과메기를 즐겨 먹는다. 추운 겨울에 날꽁치를 얼렸다 말렸다 하면서 만든 과메기는 이제 전국 각지로 팔려나가 유명해졌다.

포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어르신들의 말로, 과메기는 본디 청어로 만들었는데, 청어가 귀해져서 꽁치로 만든다고 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과메기’를 경북지방 사투리로서 ‘꽁치를 차게 말린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관목’(貫目)은 ‘말린 청어’라는 풀이와 함께 모든 사전에 올려놨다. 여기서 포항 고장 어르신들이 하는 말씀의 실마리가 잡힌다.

‘과메기’는 ‘관목’이 변한 말로 짚어볼 수 있다. ‘관목’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관목이’가 되고 다시 [ㄴ]이 떨어져 ‘과목이’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뒷모음 [ㅣ]가 앞모음에 영향(ㅣ모음역행동화)을 주어 ‘과뫼기’가 된다. 이런 현상은 우리말에서 자주 나타난다. ‘남비’가 ‘냄비’로 되는 따위의 음운현상이다. 그 다음 ‘과메기’로 형태가 굳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한때 이 말의 본고장인 포항에서조차 ‘과메기’냐, ‘과매기’냐 하는 이야기가 오간 적이 있었다. 귀로 이 두 발음을 골라 듣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관목’에서 추적하면 쉽게 해결된다.

산(山)의 우리말은 ‘뫼’였다. 이것이 오늘날 ‘메’로 바뀌었다. 멧돼지·멧새 등에서 보기를 찾을 수 있다. ‘뫼’가 ‘메’ 바뀌어 왔다는 사실로 미루어보면 ‘과뫼기’는 ‘과매기’가 아니라 ‘과메기’로 되어야 할 것이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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