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남새밭에 장다리
장다리 샛노랗게 피던 그 밤에
불면증에 떨고 있는 배추흰나비 한 마리
날으는 재주 지닐 줄 알았더라면
솔개나 되었을 것을
장다리 향기로 몸단장에 바쁘지만
새들의 먹이감인 걸 몰랐을까
첫 비행에 쫓긴 몸이
앉은 자리에서 날갯짓만 해 본다
어디서부터 빗나간 운명이기에
불면증만 키웠을까
어디선지 꽃잎마다
방울방울 새벽이 맺혀 있다
나비야 청산 가자
장다리꽃이 지기 전에
청산 길 굽이굽이 지날 때
아리랑 노래에 미쳐버리자
-시집 <머슴새가 울었다>(계간문예)에서
정 규 화
1949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1981년 창작과비평사 신작시집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농민의 아들> <오래된 변명> 등이 있다.
2007년 6월11일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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