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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 마을] 모과 2 / 유종인

등록 2007-07-15 17:30

시인의 마을
주변에 모과나무가 한 그루도 없다

신호등 없는 사거리가 건너다보이는 묵정밭 고랑에

썩은 고양이 해골만 한 모과가 놓여 있다

지난해 일이다 지난해 일을 아무도 건드리지 않아

새봄에도 지난해 일로 골똘해 있는 작은 해골이

모의 수류탄처럼 던져져 있다 역시 지난해 일이다

터지지 않는 일도 있다 먹히지 않는 일도 있다

저 혼자 죽어서 제 몸의 향기로 부음을 내고


저 혼자 눈비의 문상을 받고 저 혼자 나뒹구는

저 과부 과실의 미라는

손발이 없는 지난해가 매만졌다 고스란히

고스란히 죽어 있다 참 잘 죽였다 제가 죽었는지도 모를 골통의

숨만 고스란히 빼간 골동이여

-시집 〈수수밭 전별기〉(실천문학사)에서

유종인

1968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1996년 〈문예중앙〉 신인상과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아껴 먹는 슬픔〉 〈교우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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