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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왜냐면] ‘김현희’ 사건 재조사 철저히 해야 / 박강성주

등록 2007-07-16 17:10수정 2007-07-17 15:39

왜냐면
20년전 의혹투성이 KAL기 폭파
진실위 결정에 박수 보내지만
권한 미약해 진실규명 한계 우려
김현희씨·국정원도 적극 협조해야

어떤 여객기가 실종되기 직전, 가까스로 ‘비상탈출’에 성공했던 존재가 있었다. 그것의 이름은 ‘진실’. 그 진실은 자신을 간절히 기다리는 많은 이들을 향해 외로운 비행을 계속했다. 그게 20년. 그리고 전해진 소식 하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위)가 대한항공 858기 사건의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1987년 11월29일, 대선을 보름 남짓 앞두고 일어난 ‘김현희 사건’. 당시 안기부 수사 결과에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었고, 이에 실종자 가족들을 중심으로 재조사 요구가 있어 왔다. 그러한 요구는 진실위 진실규명 신청(2006년 11월15일), 진실위의 실지조사 의결, 그리고 조사개시 결정(2007년 7월10일)으로 이어졌다. 이는 사건 발생 20년 만의 일이며, 국정원 내부위원회의 재조사 중간발표 이후 1년 만의 일이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진실위의 조사 개시는 적지 않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리고 그 의지도 비교적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곧, 위원회는 ‘국정원 발전위’의 조사결과에 대해 “진실규명에서 가장 중요한 조사 대상인 김현희를 비롯한 당시 안기부의 핵심 간부들을 조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건을 둘러싼 세간의 의혹을 전혀 풀지 못한 상태”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진실위가 진실규명 신청인들의 목소리에 겸손하게 귀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응원을 보내는 동시에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바로 진실위의 역량과 권한 문제다. 첫째, 이 조사 개시는 위원회의 법규를 스스로 위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신청사건에 대한 조사 개시 판단은 90일 이내에 해야 한다’는 시행령 5조를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사전조사 실시의 경우 30일 이내 연장). 다시 말해, 그 기한을 약 4개월이나 넘긴 시점에서 결정이 이루어졌다. 이는 꼭 이 사건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전적으로 위원회의 잘못이라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만큼 위원회의 역량에 한계가 많다는 이야기다.

둘째, 현재 위원회의 권한으로는 그 진실규명 작업이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그 조사 권한이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조사 대상자가 진술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만 부과하면 끝나고 만다. 이는 과거사법 통과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정치적으로 야합한 결과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국회에 상정된 과거사법 개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조사 권한을 조금이라도 강화해야 한다. 예컨대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재조사와 관련해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국정원은 사건의 진실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혐의를 벗는’ 유일한 길이다. 당시 수사 결과에 떳떳하다면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둘째, 김현희씨는 진실위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자유를 찾는’ 유일한 길이다. 안기부 진술 내용이 진실이라면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지금 많이 힘들겠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된다. 셋째, 언론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은 정부의 입장 ‘받아쓰기’에만 열심이었다. 특히 유엔 안보리 회의내용을 왜곡 보도했던, <서울신문>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경향신문> 등은, 사과하는 차원에서라도 진실규명 작업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진실위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진실을 바라는 이들에게 응답하는 길은 다른 게 아닐 것이다. ‘진실이 무엇이든’, 철저하게 조사하는 것일 뿐.

박강성주/대한항공 858기 사건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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