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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스타벅스와 이랜드 / 함석진

등록 2007-07-19 17:21수정 2007-07-19 22:54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사이렌이란 신이 있다. 이 신은 아름다운 노래로 섬 근처를 지나는 선원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상표는 초록색 바탕에 글씨와 그림을 넣은 동그란 모양이다. 가운데 들어 있는 그림이 그 신화의 사이렌이다. 가게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을 커피 냄새로 유혹하겠다는 뜻이 통했을까? 스타벅스표 ‘사이렌’은 39개국, 1만3천개 가게에서 울리고 있다. 최근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 안에서 장사하던 스타벅스가 문을 닫기로 했다. 언론에는 “중국의 문화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여론에 밀린, 중국이 미국의 자존심을 누른 사건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미 중국에 200여개의 매장이 있고, 매년 100개씩 늘려갈 이 업체에 자금성은 하나의 점포 공간일 뿐이다. 더구나 여론을 뒤집어 그 나라 문화를 존중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얻었다면. 그 비싼 무형자산을 매장 한 곳과 바꿀 기업은 없다. 차라리 ‘비즈니스적 커피향’에 가려진 이면이 진실에 가까워 보인다. 유대인 출신인 하워드 슐츠 회장이 이스라엘을 후원하고 있다는 의혹은 이슬람권의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불렀다. 세계적인 윤리소비운동 단체인 ‘에시컬 컨슈머’는 스타벅스가 노동조합을 결성한 직원들을 무단 해고했던 전력과, 빈한한 커피생산 농가에 수입이 실질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공정무역’ 활동이 미흡하다며 ‘보이콧 리스트’에 스타벅스를 올려놨다. 이런 이미지를 덮기 위해 스타벅스는 ‘윤리적 치장’에 매년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이랜드는 한때 직원들을 한가족으로 여기는 ‘공동체 기업’ 이미지로 비쳤다. 그래서 착한 기업에 돈을 쓰고 싶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도 했다. 이제 이랜드는 비정규직 삶을 외면하면서 숨겼던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나중에 이랜드는 이미지 회복에 얼마만큼의 돈을 쓸까? 그 돈이면 얼마만큼의 비정규직의 생계를 구할 수 있었을까?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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