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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워싱턴에서 보는 한국 대선 / 장정수

등록 2007-07-19 17:58수정 2007-07-19 18:02

장정수/논설위원
장정수/논설위원
아침햇발
장정수/논설위원

얼마 전 귀국하기까지 미국 워싱턴디시에 있는 한 두뇌집단에서 1년 동안 객원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미국의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전문가들과 얘기할 기회가 많았다.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북한 핵문제였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가 지난 2·13 베이징 합의를 계기로 협상국면으로 전환된 이후 이들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도 관심을 보였다. 만났던 인사들은 예외 없이 “한나라당이 과연 집권할 것인가?” “열린우리당의 대통령 후보는 누가 될 것인가?” 등과 같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이 물음들에 내가 한 대답은 “만약 내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면 한나라당이 승리할 것이다. 하지만 투표일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서 한나라당이 승리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였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막판 역전승을 기억하는 이들은 대부분 이 견해에 수긍하는 듯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반면에 범여권 후보의 극적인 반전과 현재 거론되지 않는 제3의 후보 급부상 가능성을 예견하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대북정책의 기조는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이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방미 발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2년 전 방미했을 때 박 전 대표는 미국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강조한 적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평화번영 정책(햇볕정책)과는 다른 목소리를 기대했던 부시 정권 인사들은 박 전 대표의 언행에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햇볕정책이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한국의 국민적 합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으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정책의 기조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워싱턴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한국의 대선을 바라보는 워싱턴의 시각이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편향성을 띠지 않는 것도 이 인식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한반도 정책의 최우선적 순위를 두고 있는 워싱턴 정책 입안자들이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북핵 협상과정을 교란시키지 않는 한 어느쪽이 이겨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 흐르고 있는 미묘한 갈등기류도 그 밑바닥에는 북한 핵문제 해법을 둘러싼 견해 차이가 깔려 있다. 미국 쪽은 북핵 폐기 이전의 정상회담 개최가 미국의 ‘북핵 불능화’ 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한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협상에서 한국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추진에 적극적이다. 워싱턴의 반대 이면에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한국의 진보진영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 정치환경을 조성할지 모른다는 미국 보수세력의 정치적 고려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한국의 보수 세력은 ‘2·13 북핵 합의’가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배신이며, 남북 정상회담은 보수진영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보수 세력한테 ‘분발’을 촉구해 왔기 때문이다. 부시 정권은 현재는 남북 정상회담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지만 북핵 불능화 협상이 급진전되면 방관하는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볼 때 남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결국 한국의 외교적 역량과 북한 정권의 선택에 따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장정수/논설위원 jsjang052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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