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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 마을] 오늘부터의 숲 / 노춘기

등록 2007-07-22 18:00

시인의 마을
키 큰 나무들의 검은 몸이 축축했다

그을린 벽돌과 꺾인 목재들이 포로들처럼 서 있었다

비 냄새가 끼쳤다

낯빛을 잃은 잎들의 배경에서

높은 새소리가 빠르게 흩어졌다

등뒤의 길바닥에서 잡풀들이 치솟고

숲의 복판이 굴뚝처럼 어두워졌다

뱀 한 마리가 잡풀 사이로 몸을 일으켰다


허리에 두른 무늬의 굴곡을 따라

출렁, 숲의 윤곽이 흔들렸다

여러 겹의 시간이 구부러지고 포개졌다

습한 바람이 숲의 바깥쪽으로 걸어갔다

숲이 흰 뿌리를 대기 위로 천천히 내밀었다

-시집 〈오늘부터의 숲〉(서정시학)에서

노춘기

1973년 경남 함양에서 출생, 마산에서 성장했다.

고려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3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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