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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객원논설위원칼럼] 누굴 위한 물의 사유화인가 / 김상종

등록 2007-07-23 17:44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객원논설위원칼럼
지난 7월17일 〈한겨레〉는 ‘상수도 민영화, 안된다’라는 사설을 실었다. 이에 환경부는 다음날 보도설명 자료를 통하여 사설 내용을 반박하였다.

정부가 ‘물 산업 육성 5개년 세부 추진계획’을 확정·발표한 내용이 겉으로는 물 산업 육성이지만 내용은 상수도 민영화 혹은 물의 사유화이며, 이에 따른 물값 상승, 수질 저하, 고용 불안, 부정부패 등의 폐해 때문에 막대한 위약금을 물고 다시 국영화한 사례를 들어 사유화를 반대하고, 물을 자연재이자 공공재로 계속 남겨 두자는 뜻을 한겨레는 분명히 밝히며, 물을 상품으로 팔아먹도록 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시민들이 나설 것을 촉구하였다.

이에 환경부는 물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것이지 민영화가 본질이 아니며, 설사 민영화된다고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자를 선정하고, 요금을 결정하며, 사업자 관리감독을 소비자와 함께 하기 때문에 한겨레에서 걱정한 남미 등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그러나 물의 사유화로 말미암은 피해는 제삼세계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며, 지자체가 관리·감독한다고 일어나지 않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한겨레가 사설을 실은 7월17일 밤 미국 캘리포니아 스톡튼 시청에서는 2003년 2월 영국 최대 물 기업과 맺은 20년 6억달러짜리 상수·하수관리 위탁계약을 파기하였다. 시민들이 반대하는데도 주민투표 이전에 시의회가 사유화를 결정한 이후 시민단체들은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으며, 법원은 지난해 11월 심각한 환경적 영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기업의 자의적 주장을 근거로 일방적으로 체결한 계약은 불법이라는 판정을 내려 물의 사유화를 종료시켰다.

2003년 1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시는 미국 최대의 물 사유화 계약을 종료하였다. 1998년 프랑스 유명 물 회사의 자회사와 맺은 4억2800만달러짜리 20년 계약을 4년 만에 해지한 것이다. 이 회사는 예산절약 예상액은 크게 부풀린 반면, 유지관리비는 최소화한 제안서를 제출하여 시와 계약 체결에 성공한 직후부터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추가비용을 받아내는 데 몰두하였다. 전직 시장의 서명을 조작하거나 아직 시작도 하지 않거나 끝내지 않은 일에 대하여 1억달러 이상을 추가로 청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시설 투자는 하지 않고, 근로자는 절반 이상 해고시키고, 시민들에게는 비용을 연 12%씩 인상하였다. 시청의 감독관에게는 돈 문제보다 오히려 수질의 안전성이 더 골칫거리였다고 한다. 수돗물의 미생물 오염으로 ‘물 끓여 먹기’ 경보를 수시로 발동해야 하고 누런 수돗물과 잦은 단수조처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결국 시청에서는 예산 100만달러를 들여 독립적인 검증을 의뢰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마침내 물 사유화 계약을 파기하였다.

제삼세계가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우리 사회를 한 단계 격상시키겠다는 바로 그 미국에서 최근 일어난 일이다. 우리나라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행태를 보든 환란 이후 초국적 기업들이 날로 먹던 행태를 보든, 생존의 기본인 물마저 이들 손에 넘기면 안 된다는 사실은 너무 자명하다.

미국에서도 회사 주주들의 이익에만 관심을 갖는 기업의 손에 맡기기에는 물 관리가 너무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이 시민들을 단결하게 만들었고, 공공의 이익에 영향을 끼칠 결정권을 갖는 관료들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의 재인식을 통해 물에 대한 권리를 되찾은 시민들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입법을 막아야 한다.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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