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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살이] 좋은 아침! / 우재욱

등록 2007-07-23 17:50

말살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좋은 아침’이라는 인사말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이 말 사용 빈도가 높다. ‘좋은 아침’은 ‘굿모닝’이라는 영어권 사람들의 인사말을 우리말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영어권 사람들은 오전·오후·저녁·밤 인사말이 다르다. 그리 오래지 않은 시절 우리도 때에 따라 인사말이 달랐다. 어른을 만났을 때 그 시간이 아침 이른 때이면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침 식사시간 이후에는 ‘아침 드셨습니까’라고 했다. 또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 맞추어서 ‘점심 잡수셨습니까’, ‘저녁 잡수셨습니까’라고 했다. 아침·점심·저녁을 가리지 않고 쓸 때에는 ‘진지 잡수셨습니까’라고 했다. 인사말이 상대방의 먹고 자고 하는 일을 묻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잠은 편안히 잤는지, 밥은 제때 찾아 먹었는지를 묻는 것이 인사였다.

영국은 활짝 갠 날이 그리 많지 않다. 안개가 낀 우중충한 날씨가 보통이다. 날씨가 좋지 않으니까 ‘굿모닝’은 서로의 바람이면서 상대방에 대한 축복의 의미까지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먹고 살기가 항상 빠듯했다.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듯이 봄이면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집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밥을 먹었는지를 묻는 말이 인사가 되었다.

이젠 우리도 먹고 사는 것이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인사말에도 먹고 사는 이야기는 빼고 포괄적으로 ‘안녕하세요’라거나, 요즘 와서는 아예 인사말을 날씨로 바꿔 ‘좋은 아침’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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