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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 마을] 신발에 대한 경배 / 김경윤

등록 2007-07-24 17:17

시인의 마을
신발장 위에 늙은 신발들이 누워 있다

탁발승처럼 세상 곳곳을 찾아다니느라

창이 닳고 코가 터진 신발들은 나의 부처다

세상의 낮고 누추한 바닥을 오체투지로 걸어온

저 신발들의 행장(行狀)을 생각하며, 나는

촛불도 향도 없는 신발의 제단 앞에서

아침저녁으로 신발에게 경배한다

신발이 끌고 다닌 수많은 길과


그 길 위에 새겼을 신발의 자취들은

내가 평생 읽어야 할 경전이다

나를 가르친 저 낡은 신발들이 바로

갈라진 어머니의 발바닥이고

주름진 아버지의 손바닥이다

이 세상에 와서 한평생을

누군가의 바닥으로 살아온 신발들

그 거룩한 생애에 경배하는

나는 신발의 행자(行者)다

-시집 <신발의 행자>(문학들)에서

김 경 윤

1957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9년 무크 <민족현실과 문학운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아름다운 사람의 마을에서 살고 싶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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