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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프리즘] 3천만원을 구합니다 / 권복기

등록 2007-07-26 17:22

 권복기/공동체팀장
권복기/공동체팀장
한겨레프리즘
유기농산물 도농 직거래 운동을 펴는 단체 쪽에서 들은 얘기입니다. 한 의사가 그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동기가 재미있었습니다.

그의 소아과 병원은 당연히 아이들 환자가 대부분입니다. 한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며칠 뒤 그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아이들이 줄줄이 병원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 어린이집 아이들이 병원을 찾는 일이 뜸해진 것입니다. 의사가 궁금해서 수소문을 했답니다. 그 어린이집이 다른 곳으로 옮긴 것도, 그곳 어린이들이 다른 병원으로 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어린이집에서 1년쯤 전부터 유기농산물로 급식을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남 목포에서 만난 한 시외버스 운전기사의 말입니다. 그는 서울에서 택시 운전을 했더랍니다. 그때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천식이 너무 심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아이 몸에 칼을 대다니 말도 안 된다”며 손주를 고향인 목포로 데려가 김치·된장·야채 등을 중심으로 한 ‘시골밥상’을 차려 먹였습니다. 1년쯤 뒤 아들의 천식 증상이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채식 운동을 펴는 전직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경험담입니다. 부산에 사는 한 고등학생은 아토피가 너무 심해 고민이었습니다. 병원을 다녀도, 한의원에서 약을 지어먹어도 증세는 여전했습니다. 그 교수는 유기농 채식을 권했습니다. 피자·햄버거·콜라 등을 끊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1년쯤 지나자 그 학생의 피부는 정상을 되찾았습니다.

대안학원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학원은 수강생이 찾아오면 먼저 ‘몸만들기’를 합니다. 학생들은 사흘 가량 단식을 한 뒤 유기농 채소 중심의 식단을 제공받습니다. 그렇게 식단을 바꾸고 나면 학생들의 성격이 차분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당연히 성적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큰병에 걸린 분들이 섭생을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유기농산물로 밥상을 차리는 일입니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를 둔 집의 부모들도 비슷합니다. 누가 가르쳐주거나 과학적으로 검증된 일도 아닌데 그렇게들 합니다.

그런 사례들을 접할 때마다 궁금해집니다. 유기농산물과 건강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원주에는 저와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원주 생활협동조합협의회 활동가들입니다. 원주는 유기농산물 도-농 직거래 운동의 발상지입니다. 그런 전통 때문인지 유기농 급식을 하는 어린이집도 많습니다.


원주 생협협의회 사람들은 궁금증을 풀고자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조사·연구 계획을 세웠습니다. 예방의학을 전공한 의대 교수도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유기농산물이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어린이집이나 학교들이 유기농산물 급식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유기농산물 수요가 늘면 생산량도 따라 늘테고, 생산 비용도 낮아져서 수입 유기농산물과도 경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다른 연구를 통해 조상들의 먹을거리 철학, 신토불이가 옳음을 입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농업은 당연히 살겠지요.

그런데 원주 생협협의회는 연구비 3천만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답니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 우리 농업의 미래에 큰 도움을 줄 연구인데 말입니다. 갑자기 돈을 벌고 싶어졌습니다. 아니 누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3천만원만 투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권복기/공동체팀장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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