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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북녘말] 바쁘다 / 김태훈

등록 2007-07-29 18:04

북녘말
“배우가 먼저 웃으면서 관중에게 웃음을 강요하면 웃기도 바쁘거니와 웃는 경우에도 그것은 면구한 웃음으로밖에 될수 없다.”(조선말대사전)

‘바쁘다’는 남북이 같이 쓰는 말로 ‘겨를이 없다’ 혹은 ‘매우 급하다’, ‘어떤 일이 끝나자마자 곧’의 뜻이다. 보기에서 ‘바쁘다’는 ‘웃을 겨를이 없거나 웃기에는 급한 상황’이 아니라, ‘웃기에 그 상황이 매우 딱하다’는 뜻이다. 북녘에서는 ‘바쁘다’를 ‘힘에 부치거나 참기가 어렵다’는 뜻과 ‘매우 딱하다’란 뜻으로도 쓴다. “우리 아이는 공부를 안 해서 대학 가기 바쁩니다”라고 하면, ‘대학 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사흘 동안에는 좀 바쁘겠는데”라고 하면, ‘사흘 동안에는 좀 어렵다’는 뜻이다.

‘겨를이 없다’와 ‘어렵다’는 의미적 관련이 있다. ‘겨를’은 ‘시간적인 여유’를 뜻하고, ‘힘에 부치거나 참기가 어렵다’는 ‘능력의 여유나 인내심의 여유가 없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뜻은 ‘여유가 없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어떤 일을 며칠 내에 하기 바쁘다’라고 하면 ‘며칠 내에 할 시간 여유나 능력의 여유가 없다’는 뜻도 되고, 그래서 ‘하기 어렵다’는 뜻도 된다. ‘대학 가기 바쁜 것’은 ‘대학 갈 시간의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고 ‘대학 갈 실력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바쁘다’는 ‘여유가 없다’는 기본적인 뜻을 지니고, ‘-기(가) 바쁘게’의 꼴로 쓰여서 ‘곧’의 뜻을 나타내며, 북녘말에서 ‘매우 딱하다’의 뜻을 가진다고 하겠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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