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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프리즘] 경제대통령, 약인가 독인가 / 정석구

등록 2007-07-31 17:44

정석구/경제부문 선임기자
정석구/경제부문 선임기자
한겨레프리즘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너도나도 ‘경제 대통령’을 자처한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건설 회장 출신인 이명박씨 덕분에 대선판이 일찌감치 경제 대통령 논란에 휩싸였다. “차기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의 발언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이런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가. 경제가 대통령 뽑는 기준으로 가장 핵심적인 것인가.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이 경제대통령이고, 경제 대통령이 나오면 경제는 정말 살아나는 것인가?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국민을 미혹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왜 경제 대통령을 바라는지를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그런 대통령이 나오면 고단한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라는 소박한 기대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경제 대통령을 둘러싼 몇 가지 착각과 오해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개념 규정이다. 경제 대통령은 간단히 말해 경제에 대한 식견이 높은 대통령을 말하는 것일 게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경제 대통령은 경제학을 전공한 대학교수나 유명한 경제학자가 제격이다. 그래서 한때 경제학을 전공한 대학총장 출신이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경제 대통령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단지 경제‘전문가’일 뿐이다.

기업인 출신을 경제전문가, 그리고 경제 대통령과 동일시하는 주장도 있다. 대단한 착각이다. 기업을 경영했다고 곧 경제 전문가가 되는 것도 아닐 뿐더러 기업 경영과 국가 운영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추구하는 가치도 때로는 상반된다. 기업은 효율과 이익을 추구하지만 국가는 국민의 복리 향상이 최우선 목표다. 국가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흑자를 많이 내도, 국민의 행복권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실패한다.

경제 대통령이란 그 자신이 경제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경제 관료나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절히 선택해 경제를 일관성 있게 끌어가면서 국민의 경제생활을 안정시키는 능력만 있으면 된다. 그가 정치인인지, 기업인인지, 관료 출신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런 자격을 갖춘 대통령이 나온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날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다. 최근의 경제 상황은 세계화와 금융화가 심화되면서 개별 국가의 통제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경제 발전을 이끌 마땅한 정책 수단도 많지 않다. 아무리 높은 경제 식견을 갖춘 대통령이라도 한계가 있다. 경제 대통령이 되면 경제가 살아나고, 내 생활도 좀 펼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착각이다.

경제 문외한보다는 경제를 아는 대통령이 나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도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 발언 파문에서 보듯이 재벌기업들은 경제 대통령을 원한다. 서민들도 그런 대통령을 바란다. 이들이 원하는 경제 대통령은 같은 모습일까, 다른 모습일까? 재벌들이 원하는 경제 대통령은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최대한 보장해 줌으로써 기업 이익을 극대화해 주는 대통령일 것이다. 서민들은 재벌 이익보다는 비정규직 등 서민 편에 서서 일하는 대통령을 바란다. 서민들이 경제 대통령이라고 뽑아놨는데, 재벌 이익만을 옹호한다면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수 있다. 경제 대통령이라고 모든 계층을 만족시키는 대통령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 대통령이란 구호는 대선후보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유권자들로서는 잘못 먹으면 독약이다. 어떤 사람이 경제 대통령인지, 구체적인 경제정책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때다. 그러지 않으면 자칫 자신을 더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들게 하는 지도자를 선택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석구/경제부문 선임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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