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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이매진 / 함석진

등록 2007-08-02 17:28수정 2007-08-02 21:43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아일랜드 출신 록밴드 유투(U2)는 1983년 세 번째 앨범 <워>(War)를 발표한다. 북아일랜드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이 영국군에 한테 무력하게 학살된 ‘피의 일요일’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앨범 발표 공연장에 유투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흰색 깃발 하나를 들고 나온다. 종교란 이름으로, 국가란 이름으로 또 총칼에 죽어간 아버지의 이름으로도 다른 이의 삶을 앗아갈 수 없다는 간절함은 결국 깃발을 백지로 남겼다.

이 깃발의 출발은 그로부터 10년 전 존 레넌이 베트남 전쟁 반대 메시지를 담은 ‘이매진’이란 곡까지 올라간다. “상상해 보라. 국경 없는 세상을/ 누굴 죽이거나 죽을 이유가 없는/ 종교도 없는 …/ 상상해 보라. 모든 사람이 이 세상을 함께 누리는 ….”

존 레넌은 이 노래를 내놓은 뒤 ‘누토피아’라는 세계 공동체를 제안했다. 그 상징 깃발이 흰색 천이었다.

이 깃발은, 꾸준히 “신은 없다”는 일관된 주장을 펴 온 영국 옥스퍼드대 리처드 도킨스 교수까지 이어졌다. 도킨스 교수는 최근 발간한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상상해 보라. 종교 없는 세상을. 자살 폭파범도, 십자군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도 없는.” ‘기독교-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슬람교-테러-보복전쟁’으로 이어지는 참상의 고리는 결국 종교 뒤에 숨은 ‘만들어진 신’이란 것이다. 존 필미어의 <신의 아그네스>처럼 종교를 보는 조심스런 외부 시선도 아닌, 직설로 토해 버리는 그의 책에 많은 종교인들은 귀를 기울일 생각이 없다.

아프가니스탄 어느 골짜기에서 우리 친구와 딸과 아들을 붙잡고 있는 그들에게, 또 미국한테 너무나도 무력한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그 숭고하고 개별적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앞에서, 그래도 뭔가 나부끼고 싶은 깃발엔 사실 아무것도 표현할 수도, 그릴 수도 없다. 그 마음속의 흰색 천은 우릴 더욱 슬프게 한다.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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